나는 올봄에 "노인학대는 동포간병인과 무관하다."라는 글을 조글로에 발표한 적이 있다. 민감한 문제라 구독자가 수천 명이 되였고 응원하는 댓글과 편견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들이 폭발하여 시끌시끌 하였다. 그런데 글 발표 며칠 후 내가 무색할 정도로 한 간병인이 식도암말기 환자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유포되고 고소당한 뉴스가 신문을 도배하였다.
노인을 폭행할 경우 학대 죄가 성립되고 가중처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법치의 나라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 나라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동포간병인 다수가 요양병원에서 노인환자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노인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동포간병인들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동포간병인에 대한 폄하도 빗발친다. 노인학대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사안이다. 결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범죄이다. 노인폭행은 단순 폭행보다 처벌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돌봄 종사자가 노인을 폭행했을 경우 가중처벌이 된다.
노인학대로 인정되는 사례를 살펴보자.
예시1)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일을 잘하여 간호사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환자들의 호평을 받던 한 남자간병인이 홧김에 환자를 폭행한 사건이다. 폭행이라 하면 아마 크게 때렸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은 짜증이 많고 잔소리가 많은 환자인데 환자와 마찰이 생기면서 간병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손등으로 환자의 얼굴을 슬쩍 쳤다고 한다. 인지가 있는 환자라 간병인이 때렸다고 병원에 고발하고 보호자에게 울고불고 하소연하니 보호자들은 고소하겠다고 병원에 항의하였다. 병원 측에서 간병인을 자르겠다는 조건으로 보호자와 사정하여 겨우 합의를 보고 고소를 막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일 잘하는 간병인을 아쉬워하면서도 해고시키고 사건을 수습하였다.
만약 보호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면 노인복지법으로 간병인은 고발되고 형사처벌을 받을 뻔 했다. 형사처벌에서도 가중처벌을 받을 뻔한 사안이었다. 고소가 접수되어 간병인이 가해자 혐의를 받은 후에는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피해자가 처벌하지 않겠다는 협의를 하여도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예시 2)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치매노인을 간병하던 한 요양보호사는 갑자기 노인이 복도에서 실례를 하자 급한 마음에 복도에서 노인의 하의를 벗겨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이를 본 노인의 가족이 그 요양보호사를 노인학대로 고소하였다. 법원은 환자의 하반신을 노출하는 성적 수치심을 준 것이 인정되어 성적 가혹행위를 했다고 하며 요양보호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두 사례 모두 환자는 신체적 폭행을 크게 당하지 않았고 상해는 없었지만 노인복지법에 의해 노인학대죄가 성립된다. 사례1의 간병인은 상해도 없는데 폭행이라 하냐며 억울하다 하지만 상해를 입히면 상해폭행으로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과 큰소리로 욕하고 협박해도 노인학대죄가 성립된다는 점을 우리는 명기해야 한다. 간병인으로서 환자를 폭행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고 폭행을 가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칫하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되는 억울함을 당할 수 도 있다.
간병일, 특히 치매환자의 간병은 스트레스가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분노조절을 못하면 아차 하는 순간 실수를 하게 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극치에 달하면 우선 현장을 이탈하여 마음을 다스리던가, 동료들에게 하소연하던가,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자해를 하더라도 환자 몸에는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한다. 폭행이 나쁘지만 조금 건드려 놓고 학대 죄로 처벌받는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힘도 없고 빽도 없는 타국에 온 이방인이다. 일단 사건이 터지면 수습할 수 없이 커지고 처벌을 당하게 된다.
사랑과 동정으로 환자를 따뜻하게 품고 살뜰하게 돌보는 것은 간병인이 사명이고 천직이다. 항상 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스트레스도 지혜롭게 잘 해소하면서 아낌없이 내어주는 좋은 간병인이 되여야 한다. 우리는 노인학대죄를 잘 습득하고 환자를 내 부모처럼, 형제처럼 보살펴주어야 하고 법치의 나라에서 내 인권도 지키고 건강도 챙기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김선화
2022년6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