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들은 나뭇잎들이 떨어져 앙상하게 서있지만 저 소나무만은 푸름을 잃지 않고 의젓하게 서있다.
나는 소나무를 쳐다보면서 찬탄을 금치 못하다가 부지중 저 소나무를 떠이고 있는 뿌리는 어떤 존재일가 하는 생각이 굴뚝처럼 일어섰다.
저 소나무가 벼랑바위위에 꿋꿋이 서있는 것은 뿌리가 받쳐 주기 때문이리라.
불그스름하고 터실터실한 투박한 뿌리는 구불구불 어우러져 어느 모로 보나 미적감이라고는 거의 없다. 하지만 춘하추동 변함없이 묵묵히 소나무를 떠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아무런 불평도 없이 아무런 내색도 없이 일해가지 않는가? 이에 나는 뿌리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저 소나무를 보라! 흙 한줌도 없는 바위 턱에 거연히 솟아 있다. 그러니 뿌리는 바위틈을 뚫고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 정으로도 뚫기 힘든 바위틈새를 그 가늘고 여린 뿌리가 뚫고 들어갔으니 그 강한 의력을 어디에 비기랴! 저 뿌리가 해낸 일을 생각하니 저절로 숙연해진다.
어찌 그뿐인가. 그 메마른 벼랑 턱에서 물 한 모금 달라고 성화도 부리지 않고 간밤에 내린 이슬과 간혹 내리는 눈비로 목을 축여가면서 저렇게 큰 나무를 길러 내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뿌리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이 세상 무엇에도 비길 수 없다. 내 입에서 감탄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래 저 뿌리가 진정 아들딸들의 심신을 건실하게 키우고 뒷바라지 해가는 세상의 우리 모든 부모님들을 연상케 하지 않는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저 나무뿌리처럼 강인하고 헌신적인 정신과 품격으로 살아간다면 무슨 일인들 못해나가겠는가?!
나는 나무뿌리의 소박하고 겸손하고 강인하고 헌신적인 정신과 품격을 본받아 인생을 살아가리라 굳게 다짐한다.
나는 이런 나무뿌리가 되고 싶다.
/신정국
2021년 5 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