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학교에 갈 때 빨간 옷을 입고 싶어서 옷장에서 꺼냈다. 그런데 그 옷을 보는 순간 문뜩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 친구와 만날 장소를 정하고는 약속장소로 가는데 길옆에서 한 저급학년아이가 빨간 옷을 휘두르고 있었다.
처음에 이 장면을 본 나는 이 아이가 왜 저러지 하고 다가가 보았다. 그 아이의 뒤에는 하수도 구멍이 있었는데 뚜껑이 없었다. 보나마나 어느 문명치 못한 사람이 그 하수도 뚜껑을 훔쳐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 애는 길가는 사람들이 혹시 하수도에 빠질까봐 위험하다는 신호로 빨간 옷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애의 기특한 소행에 깊이 감동된 나는 가던 길 멈추고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 아저씨가 경찰아저씨에게 전화를 해 경찰아저씨 올 때까지 그 애는 그냥 빨간 옷을 휘둘렀다.
조금 후 경찰아저씨가 와서야 그 애는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그 애의 행동은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하는 그 마음은 날 몹시 감동시켰다.
그날 저녁 나는 잠자리에 누웠지만 그 아이가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서 금방 잠 들 수 없었다. 겨우 잠들었는데 꿈나라에서도 나는 또 그 아이가 빨간 옷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지도교원 김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