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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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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8-15 02:02 조회3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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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문호는 아침 일찍 산에 갈 준비를 꼼꼼히 챙긴다.

 

"소 멍에 뒤에 달아맬 밧줄, 톱과 도끼 각각 두틀, 내가 쓸 쟁기까지. 금방 산간 마을 입장한 우리에겐 쟁기가 없으니까? 야, 됐다 됐어. 이 정도면 비슷하다. 가자! "

 

자기가 앞장서 암소 파리타고 나더러 수소 파리타고 따라 오란다.

 

이제부터 "소 웃다 꾸러미 터질" 연극 같은 희극적인 일, 50년 전 이야기를 영화필름처럼 돌릴 테니 잘 감상하기 바란다.

 

흰 눈이 이불처럼 뒤덮인 산골짜기엔 어디라 없이 눈부셔 멀리서도 산토끼 뛰는 것까지 환히 볼 수 있다. 반들거리는 산판 파리길 따라 4시간 남짓 밀림 속 깊이 들어왔다. 춘 3월이라 멀지 않아 얼었던 대지가 녹아내릴 판이다. 골짜기 따라 하늘 찌를 듯 미여지게 꽉 박아선 울창한 나무들이 우리를 반긴다. 아직도 목적지 못 왔다. 생전 처음 보는 노루며 사슴이 총알같이 파리 길을 건너뛰며 자유자제로 오간다. 나에겐 두 눈이 뒤집힐 정도로 신비하고 희한스러운 장면이라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각종 괴상하고 생소한 새소리, 그 속에서도 특별하게 은은히 들려오는 "홀딱 벗구, 홀딱 벗구" 새소리가 정신 나갈 정도로 귀청을 자극한다. 나의 친구 문호는 이같이 아름다운 풍요로운 자연의 멜로디도 듣지 못한다. 얼마나 안타까우랴? 그게 아니라 문호는 그걸 모른다. 원래 세상이 그런 줄 알고 있다! 귀가 바람벽처럼 꽉 막힌 문호는 태생 병, 원작품대로 부모님 애간장 태우는 애달픈 처지다.

 

우리가 나무하러 온 곳은 다름 아닌 야부리(亚布历)일대 "림해설원 林海雪原" 영화에 나오는 원시림이란다. 아침 8시 출발한 우리가 오후 1시 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문호는 나에게 반짝거리는 톱과 도끼를 주면서

 

"야, 나무를 잘라 봐! 빨리 잘라야 돼! 너 전혀 모르는 ‘뗑’이라지! 어이없구나! 겁먹지 말고 해봐! 말라 죽은 나무를 잘라야 돼! 도끼로 나무를 두드려봐, 그러면 당! 당! 소리가 나거든! 그런 나무가 죽어 마른 나무야! 알겠니?"

 

마치 철없는 어린 아이 가르치듯 골짜기 울리게 소리치다시피 말한다. 자기가 듣지 못하니 다른 사람도 높이 말해야 듣는 줄 알고 목청이 아주 높다. 그리곤 "휑" 골짜기 따라 뒷산으로 건너가며 또 소리친다.

 

"이 골짜기 나무는 네 거야! 빨리빨리 골라가며 잘라봐! 잘해봐!"

 

문호가 한 말이 산울림 되어 앞산 갔다 다시 울려 돌아온다. 문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뗑’에게 헛 부탁하고 있다. 자신 없는 나는 문호 말에 머리만 끄떡였을 뿐 정작 실천하자니 아무 궁리도 없다.

 

산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만 정신 팔려 휑하니 바라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태껏 평원에 살다보니 이런 놀라운 풍경을 처음보고 이런 일에도 처음 당해 보는 바보 ‘뗑’이였다. 모든 게 생소한 일이라 무슨 나무를 한다고 어처구니없지! 딱따구리 나무 쫓는 소리. 뻐꾸기 (뻐꾹 뻐꾹)우는 소리, 올 때처럼 들리던 (홀딱 벗구, 홀딱 벗구,)희귀한 새소리, 산골짜기 따라 꼿꼿하게 자란 나무들까지 행방 없는 나를 보고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나무 위에서 뛰는 다람쥐도 나를 얼뜨기로 알고 있는 듯! 나를 불청객 쳐다보듯 우습다 골려주는 같다.

 

골짜기 넘어에선 (짱, 짱!) 소리가 연속 들려온다. 문호가 나무 자르는 소리다.

 

어떻게 한담. 나도 문호가 시킨 대로 나무를 잘라야 하는데 동면하는 듯한 뼈만 남은 나무들, 어느 것이 죽은 나무인지 두드려 봐도 나로서는 애당초 판단할 수가 없다. 겨우 반죽음된 나무 하나가 내 눈엔 죽은 나무 같았다. 문호가 가르쳐 준대로 나무 밑둥을 아래위로 높낮이 있게 마주 향해 잘랐다. 톱이 얼마나 잘 드는지 눈 깜짝 새 큰 나무가 "짱"하고 넘어간다.

 

"아따, 깜짝이야! "

 

얼마나 놀랐던지 나는 뒤로 벌렁 넘어졌다. 골짜기를 울리는 소리에 금방 울던 뻐꾸기도, ‘홀딱벗구’ 새도 기절초풍해서 모두 날아가 버렸다. 내가 자른 나무는 방향 없이 앞 나무에 걸려 60도 각으로 섰다. 나는 어쩔 바를 몰라 망설이다가 문호를 찾아 갔더니 문호는 벌써 당~당 마른 굵직한 길고도 긴 백양나무 "강대" 여러 대를 넘어뜨리고는 암소에게 멍에를 씌워 하나 하나 썰매길가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강대란 아지가 별반 없고 나무껍질이 갈라 터진 나무를 말하는 구나! 내가 자른 나무는 강대가 아니구나! 어쩌지? 무조건 문호에게 욕먹을 같다. 뗑이라고.)

 

금시 오후 시간이 막 가고 있었다. 어쩔 바를 몰라 서성거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호는 자기 일 깨끗이 끝내고 날 보더니 열 받았다. 기막혀 머리를 흔들며

 

"너 뭘 하러 온 놈이니! 해가 넘어 가는데 이건 완전 바보, 뗑이구나! 뭘 봐. 웃긴. 언제 웃을 시간 있어!"

 

문호는 소리소리 지르더니 내가 벤 나무 밑둥에 밧줄을 매고 수소를 몰아 쳤다. "짜짱" 걸렸던 나무가 성난 듯이 짜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 나무 못써, 살았잖아? 무거워 안 돼! 이 나무 한대도 무거워 못 끌고 가, 뗑 같으니."

 

중얼중얼 욕을 한다. 왜 안 그러겠는가? 겨우 나무 한대 자른 것이 그것도 불합격품이니! 문호는

 

"이 골짜기에 강대가 수두룩한데 하필 젖은 나무 잘라? 에이 멍텅구리야!"

 

나무람하며 다른 강대를 순식간에 자르며 나간다. 그 솜씨가 얼마나 날랜지 신출귀몰하는 움직임, 꽉 눌러쓴 개털 모자! 부리부리한 눈동자! 마치도 림해설원 영화에서 본 밀림 속을 스키 타고 날리던 양자영 모습 " 같았다. 나는 욕을 먹어가며 시키는 대로 솜씨를 익혀간다. 결국 내 파리 나무도 문호가 전부 장만한 것이다. 끌어 올린 나무도 눈 깜짝 사이 절통을 마무리했다. 문호가 자랑한다.

 

"이 나무들 봐! 얼마나 가벼운가?" 과연 문호가 자른 나무는 굵직해도 아주 가벼웠다. 죽은 지 오랜 나무라 잘 마른 것이다.

 

"이걸 강대라고 해, 알겠니? 너는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얼뜨기야" 문호는 어처구니없는지 나를 보고 "허 허" 웃을 뿐이다."

 

겨울이라 짧은 낮 시간, 해는 서산에 지고 땅거미가 찾아오니 소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두 파리에 실은 나무가 제법 푸짐했다. 그제야 안도의 숨이 나오는 듯 문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바줄로 나무가 단단히 묶였는지 점검한다.

 

"됐다. 제대로 되었다. 늦었으니 빨리 가자! 빨리 파리에 올라타!"

 

소리치더니 번개같이 앞 파리위에 오른다. 채찍을 날린다. 해가 이미 서산에 자취를 감춘 뒤라 하얀 눈이 반사하니 망정이지 앞이 안보일 시간이다. 내 파리 주인공 힘센 수소도 "음머" 알았다는 듯 스물스물 따라 움직인다. 앞 파리 암소가 뛰기 시작하니 "음머, 음머" 아예 자기도 뒤질세라 뛰기 시작한다. 나중엔 파리 달리는 소리가 교향곡같이 절주 있게 골짜기를 휩쓸며 울려 퍼진다. 나는 파리위에 앉아 지휘할 필요조차 없었다. 앞에 가는 암소에 정신 팔린 수소가 너무 정확하게 파리 끌고 가니 아예 시름 놓고 따라가면 될 뿐이다.

 

친구 덕분에 좋은 토막나무 한 파리 가득 싣고 가는데 제 딴엔 개선장군이나 된 것같이 으쓱하다. 이 십리 넘어 왔을까. 천방지축 무탈하게 절반거리는 온 같은데 내 파리가 점점 이상이 생겨 나무가 빠질 같았다. 먼 길이고 너무 오랜 시간이라 조여 놓은 밧줄이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야, 일촉즉발 어쩌면 좋아? 소리쳐도 소용없고 금방 나무가 빠질 같은데 어찌하지?)

 

내가 파리 위에서 조급해 지는데 아니나 다를가 공교롭게도 굵직한 나무 한대가 빠져 떨어지는 것이다. 한대가 빠지면 짐이 늘어져 전체가 빠질 것이다. 위기의 찰라지만 나의 파리는 오로지 앞 파리만 보고 달린다. 잡도리가 앞에서 달리는 암소가 잘못되면 자기도 같이 저승 가자는 수소 놈의 장엄한 결심인 것 같다. 문호의 말에 의하면 암소와 수소가 부부사이란다.

 

이제 문호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쌓은 탑이 순식간에 거덜 나듯 무너질 판국이다. 소고삐를 당겨봐야 허사였다. 앞에서 달리는 암소를 놓쳐버릴 수소가 아니였다.

 

내가 산골짜기 울리게 소리쳐 봐야 허사였다. 벽장같이 꽉 막힌 귀먹쟁이 문호가 들을 리 만무한 일이다. 파리의 나무들은 울바자 기둥이라도 세울 듯 하나, 둘씩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떨어져 나간다. 앞에선 파리 따라 절주 있게 달리는 내 파리, 죽기내기로 뛰는 수소를 무슨 수로 세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금시 파리에서 내리고 싶었고 떨어진 나무들 하나하나씩 주어 싣고 싶었지만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만일 내가 내린다 한들 앞에서 달리는 암소만 보고 죽기내기로 뛰는 수소를 무슨 수로 정거시킬 수 있단 말인가? 만일 파리만 놓치면 어둠이 깃든 초행길을 혼자 어찌 찾아 가겠는가? 소도 문호도 앞만 볼뿐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울고 싶을 정도로 속만 바질바질 탔다. 집에 도착도 하기 전에 파리엔 나무 한대 없는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울며 겨자 먹기란 "나보고 하는 소리 같았다. 문호는 자기 파리 집마 당에 세우고 그제야 따라 온 내 파리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래서

 

"왜 나무가 없냐? 야! 이 멍텅구리 뗑이야! 어찌된 일이냐? 파리를 세웠어야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너무 억울해 말할 수 없다 .문호는 기막혀 쳐다보다가 너털웃음하며

 

"내일 보자"고 한다.

 

이튿날 문호는 이른 새벽에 나 모르게 전날 흘리고 온 나무를 몽땅 실어다 우리마당에 차곡차곡 쌓아 주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일에 들어가선 막히는데 없는 재간둥이 문호가 친형님같이 느껴졌고 말보다도 행동이 앞서는 문호가 그날따라 너무도 우러러 보였다.

 

나무가 하나 둘씩 솔솔 빠지던 끔찍한 일, 눈물 나도록 아까워하면서도 바보같이 어쩌지 못하고 속수무책 당하던 일, 그 우습던 일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 혼자 웃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흑룡강성 방정현 영건향 육신촌 시골 마을, 지금도 있는지? 나보다 2살 위인 친구 문호는 지금은 71살일 텐데 살아 있는지?

 

보고 싶구나! 7년간의 시골 생활 속에 함께 살아온 뜻깊은 친구, 뜻깊은 일, 세월가도 영원히 지울 수 없구나!

/김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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