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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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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0-27 19:59 조회1,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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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성 계동현조선족학교 김경희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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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에서 아침 해가 빨간 얼굴을 내밀었어요. 아빠수탉과 엄마 닭은 아기들을 거느리고 앞마당에서 주인아줌마가 널어준 모이를 아기자기 먹고 있었어요. 좁쌀은 아기들을 먹으라고 "꼬꼬꼬", 옥수수쌀은 아빠 엄마 먹으라고 "빽빽빽". 참 평화로운 아침 이예요.

 

한낮이 되니 주인집에 셋방살이 이삿짐이 들이닥쳤어요. 이삿짐을 푸니 또 한 무리의 닭 가족이 마당에 흘러나왔어요. 새로 들어온 아빠수탉과 엄마 닭은 마당에 널려있는 먹이를 보자 이사에 훌치워 배고픈지라 아기 닭들을 불러 맛나게 모이를 찍어먹고 있었어요. 좁쌀을 보면 아가들을 먹으라고 "꼬꼬꼬", 옥수수쌀을 보면 아빠, 엄마 먹으라고 "빽빽빽". 또 하나의 화목한 닭가족 이였어요.

 

그런데 이때 일이 터졌어요. 주인집 아빠수탉이 이사 온 아빠수탉한테 무작정 격투를 건거예요. 목에 털을 꼿꼿이 치켜세우고 맹공격을 들이댄 것이에요. 이사 온 아빠수탉도 만만찮은데요. 역시 목에 털을 꼿꼿이 치켜세우고 격투에 뛰어들었어요. 두 아빠 닭은 서로 찍고 물고 올리 타고 날개를 퍼덕여 날아 덮치고 하면서 어느 편도 지려하지 않았어요. 마당에는 두 아빠수탉들의 목에서 뽑힌 털들이 하늬바람에 팔락이었어요. 한참을 그렇게 싸우던 두 아빠수탉은 기진맥진했는지 각기 자기 닭 무리로 돌아가서 아픈 몸을 달래고 있었어요.

 

이때 키꼴이 장대한 거위한마리가 배포유하게 이곳을 지나다가 마당에 널려있는 맛 나는 먹이들을 발견했어요. 웬 떡이냐 싶어 걸탐스레 모이들을 걷어먹기 시작했어요.

 

이것을 본 두 아빠수탉은 동시에 목털을 다시 꼿꼿이 치켜세우고 화닥닥 거위한테 덮쳐들었어요. 주인집 아빠수탉이 뾰족한 주둥이로 거위의 몸을 명중하고 날개의 힘에서 속도를 얻어 거위의 몸에 아픈 상처를 냈어요. 열이 받친 거위는 톱날 같은 이빨로 주인집아빠수탁의 목을 물고 이악스레 타래치기를 했어요. 이것을 본 세집아빠수탉이 사자와도 같은 갈기를 휘날리며 날개의 힘을 입어 퍼덕 날아올라서 갈고리 같은 발가락으로 거위의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어요. 거위는 더는 상대가 안 됨을 느꼈는지 입에 물었던 주인집 아빠수탉을 놓아주고 뒤뚱거리며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말았어요.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었어요. 주인집 닭들과 이사 온 닭들은 노을 빛 속에서 주인집아줌마와 세집아줌마가 널어준 모이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었어요. 좁쌀을 보면 아가들을 먹으라고 "꼬꼬꼬", 옥수수쌀을 보면 아빠, 엄마 먹으라고 "빽빽빽". 마당은 또다시 평화로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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