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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8-15 01:57 조회3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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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들의 숨통이 조금 트일까 하더니 코로나 역풍이 다시 기세를 부리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간병인들의 생활이 또 다시 시작되고 있다.

 

오늘도 답답하고 울적한 기분을 해소해 보려고 갤러리에 저장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감상한다. 그러다가 1년도 훨씬 넘는 한 영상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 났다.

 

영상은 사진을 넣어서 제작한 것인데

(엄마와 신호순 녀사님 ♡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도 마다하고

여사님 어머님을 모시듯이 정성을 쏟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20년을 마무리하면서 감사함을 전합니다~) 라고 씌어져 있었다.

 

3년4개월을 간병했던 어르신께서 공동간병으로 들어가신지 5개월 되었을 때 환자 따님께서 2020년을 보내면서 직접 제작한 짧은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무대에 올라서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 하에 받는 화려한 영예증서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을 주고 진실한 마음으로 매사에 바른 길을 가게끔 다독여준 고무격려의 메시지이기도 하였다.

 

2017년 2월 28일, 나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파키슨병으로 많은 기능은 떨어졌지만 인지는 똑똑해서 다행히 자기 의사를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르신(할머님)하고 환자와 간병사란 만남으로 3년 4개월 희노애락을 함께 하게 되였고 마음에 담아 두고 잊지 못 할 한 페이지로 되였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아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의 소중한 시간들을 즐겁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예쁘게 단장도 해드리고 산책도 많이 시켜드리면서 멋진 풍경에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가 핸드폰으로 수시로 볼 수 있는 멋진 사진첩을 만들어 드렸고 매일 즐겁게 감상하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글 블랙 놀이로 본인의 이름부터 정신적 기둥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 이름과 함께 "사랑해 "하는 단어들을 정연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박아서 이 세상에 단 8개밖에 없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드렸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떨리는 손으로 아주 힘겹게 작품을 완성 할 때마다 어르신께서 행복해하고 뿌듯해 하던 그 모습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더 뿌듯한 것은 이 작품이 참예원의료재단에서 진행한 치매 인식개선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상장과 상금을 수여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물론 할머니도 무척 기뻐하셨고 할머님의 인생을 담은 행복 스토리 책을 만들 때도 이 작품이 제일 앞 페이지에서 빛을 내게 되였다. 또 나의 진실한 마음을 담아 쓴 간병수기 "만남과 노력 "이란 글도 함께 넣어서 출판하게 되어서 더없는 영광이였다. 게다가 수필도 참예원의료재단 수기 공모전에 나란히 수상작으로 선정 되여 상장과 상금을 수여받았다.

 

이렇게 정들었던 어르신께서는 개인 사유로 공동간병 시설로 옮겨가게 되었다. 솔직히 간병 일을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돈 이였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한 정으로 함께 하였던 어르신을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뭔가 더 쏟아 붓지 못한 아쉬움에 오늘도 어르신을 생각하니 울컥해진다.

 

보호자님께서 옮기기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흐르던 눈물이 일주일 내내 떠나는 날 까지 멈추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나의 부모님한데 너무 미안하였고 가식 같아서 다른 사람들 보기가 민망했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을 간병하면서 고통스럽게 병마와 싸워가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어르신께서도 또한 내가 피곤해 하는 날에는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데 ‘빨리 누워서 쉬라. 아프면 내 가슴이 아프다’ 라고 딱 눈에 씌어져 있었다. 이렇게 보살핌을 받아야 할 환자와 보살펴 드려야 하는 간병인 사이였지만 서로 가슴으로 공감하고 서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서로서로 타인의 아픔을 가슴아파하면서 3년4개월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면서 가족같은 시간을 보냈다.

 

남들 보기에는 24시 환자 케어 하는 간병인들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인 것 같아도 정으로 울고 웃고 하면서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인성교육과 정답 없는 인생을 열정으로 배우고 터득하며 성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신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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