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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에 다녀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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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16 19:50 조회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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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말시험이라서 순호는 밤늦게까지 복습하고 있다. 오늘 밤에도 예외가 아니였다. 지친 머리를 잠간이나마 쉬우려고 밖을 내다보니 저 하늘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이 수시로 눈을 깜빡이고 있다.

 

삼라만상이 잠든 이때 오직 별들만 자기를 친구해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만약 밖에 온통 까막천지라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잠간이라도 별을 세는 재미, 별들에 대한 관찰, 별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해서 지친 공부 속에서 자그마한 쾌락을 얻을 수 있었다.

 

“드렁드렁 ㅡ”

 

저쪽 방에서 아빠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거실에서도 엄마의 간간한 숨소리가 들린다. 자기의 공부를 감독하느라고 거실 쏘파에 앉아있던 엄마가 그 자리에서 쉬는 모양이다.

 

“하푸 ㅡ”

 

피곤에 젖은 순호도 저도 몰래 하품이 나오더니 책상에 엎드리고 말았다....

 

“순호야 이미 방학했는데 오늘 우리같이 외국으로 여행가자. 너 전번시험에서 다 우수성적이길래 엄마가 주는 선물이란다.”

 

주방에서 밥 먹을 때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호 ㅡ”

 

너무도 뜻밖의 기쁨인지라 순호는 저도 몰래 자그마한 주먹을 휘둘러대다가 그만 밥상을 탕 하고 내리쳤다. 순간 그릇들이 밥상위에서 올리뜀질을 했다.

 

“너 왜 이러니? 좋으면 좋았지 무슨 행동이야?”

 

아빠가 두 눈을 흘기면서 순호를 바라보셨다. 그러든 말든 순호는 내심의 기쁨을 감출 수 없었고 울먹이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여행가는 기쁨도 크지만 더욱이는 방학마다 여러 보도반에 다니는 게 너무 지쳤다. 오전에 영어반과 작문반, 오후에는 또 미술반과 태권도. 주말마다 이렇게 보내는 것이 인제는 싫증이 날대로 났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그런 힘든 날들을 안 보낼 수 있었다. 짧은 여행이라도 좋았다. 어떤 때는 정말 주말에 단 하루라도 놀고 싶었다. 몇 번이나 엄마보고 배가 아프다니 머리가 아프다니 했더니 엄마는 약을 먹으면 된다면서 기어코 보도반에 보내는 것이었다. 언제 봐도 당당하고 박식하신 엄마 앞에서 꾀병을 부려서 성공한다는 게 아주 어려운 것 같았다.

 

드디어 순호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도 올랐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는 순호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문을 쓸 때 쩍하면 ‘하늘로 나는 듯이 즐겁다’는 구절을 이용했지만 그 의미를 인제야 잘 터득할 수 있었다.

 

여행바다에서 달리다가 돛을 내리운 곳은 별나라라고 했다. 늘 환상에 젖어든 별나라에 오다니?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데 엄마모습도, 자기가 멘 가방도 원래의 것인걸 보면 꿈이 아니였다.

 

이 나라의 아이들은 아주 편안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가 없어서 마음껏 놀기만 했다. 매일 마다 하학후면 애들은 강변으로 달려가서 흙장난과 고기잡이 그리고 숨바꼭질도 놀다가 해가 서산 뒤로 굴러 떨어진 후에야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석양이 부어놓은 빨간 노을이 강우에서 넘실넘실 춤추는 장면을 여태껏 목격해온 적 없는 순호는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모른다.

 

특히 고기잡이는 정말 재미있었다. 깨끗한 강물에는 아기 고기가 얼마나 욱실대는지 애들이 신을 벗어서 물을 담으면 아기고기들이 가득 담겨졌다. 그 애들은 그 아기고기들을 한참 관찰하다가 다시 강에 놓아주었다. 더구나 순호의 시야를 넓힌 것은 종래로 못 보았던 가재와 두꺼비였다. 책에서 두꺼비는 그림으로 보긴 했지만 가재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한번 작문반에서 선생님이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속담을 가르칠 때 애들이 다 가재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한어로 알려주시고 또 설명했어도 직접 못 보았기 때문에서인지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보게 되였다. 가재는 입으로 자꾸 거품을 토하면서 뒷걸음질도 했고 걸음걸이는 정말 느리기도 했다.

 

(아. 그래서 ‘가자걸음’이란 성구도 있었구나.)

 

처음에 순호는 그 애들이 더없이 부러워났다. 아니, 이 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불쑥 솟아났다.

 

마음이 활달한 순호는 인차 그 애들과 친구로 되였다. 언어가 달랐는데 이상하게도 순호가 우리말을 하면 그 애들이 알아들었고 그 애들의 말은 알아 못 들었지만 그 애들이 입을 벌릴 때면 얼굴에 우리말 글씨가 쭉 하고 지나갔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잘 되였다.

 

“너희들 참 좋겠다야. 우리처럼 매일 공부에 시달리지 않아서 사는 게 행복하구나.”

 

어느 날 순호가 삐또라는 애와 이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네가 사는 나라에서는 그래 공부에 지치며 사는 거야? 아이구 얼마나 힘들어? 너 다음 학기부터 여기에 와서 공부하려무나. 네가 보다시피 우리는 매일 숙제가 없단다.”

 

삐또의 자랑삼아 하는 말에 순호는 부러움이 잔뜩 살아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순호는 그런 생활이 싫증났다. 매일 먹고 놀고 또 먹고 놀고... 비록 매일 핸드폰으로 유희를 놀아서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런 생활도 오래하니 싫증이 났다. 순호는 차츰 글소리 낭랑한 교실이 그리워났고 주말이면 여러 보도반에서 특장을 배우던 일들이 떠올랐다.

 

작문을 재미있게 썼다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던 일, 미술시험에서 금상을 타고는 입에 꿀 먹은 것처럼 달콤하던 기분, 몸을 솟구치면서 주먹으로 치고 박고하면서 즐기던 일...

 

그 나라의 생활에 차츰 권태를 느낀 순호는 빨리 집으로 오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댔다.

 

집으로 돌아올 때 새로 사귄 그 나라 친구들이 바래주러 공항으로 나왔다.

 

삐또가 순호의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

 

“인제 갔다가 다시 올래?”

 

“다시는 안 오겠어. 어릴 때는 그래도 공부하는 게 옳아.”

 

순호의 오돌 찬 대답에 삐또가 순호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인제야 생각 옳게 했어. 사실 우리나라도 애들이 공부 많이 하고 있어. 배움이란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거야. 네가 보건데 우리가 공부도 안 하고 매일 장난으로 시간 보내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였어. 우리가 일부러 네 앞에서 그런 연극을 꾸민 거야. 우리부모들은 자식을 애기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책에다 꿀을 발라놓는단다. 그러면 애기가 꿀 냄새 때문에 책을 향해 벌벌 기여간대. 그것이 습관이 되여 늙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어.”

 

순간 순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가 다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작문반에 가면 선생님이 늘 유태인들의 총명함과 지혜는 바로 독서에서 온다고 하셨는데 이 나라도 그렇구나. 그러길래 이 나라 애들이 노는 것 같아도 세상일을 아는 게 너무 많았고 그토록 총명했구나. 나도 인제부터 독서에 빠져야겠어)

 

순호는 책을 손에 쥘 때가 있긴 했어도 여태껏 엄마의 핍박이 많았다.

 

“순호야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누군가의 부름소리에 눈을 떠보니 엄마였다. 여태껏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아, 달콤하기도 했고 무언가 깨닫게 하는 꿈!

 

그 꿈이 너무도 머릿속에 생생해서 순호는 이번 주말에 작문반에 가면 이 꿈 이야기를 소재로 멋진 작문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엄마보고 서점에 가서 책 가득 사오라고 부탁하고는 학교로 향했다. 순호의 머리위에 금빛가루 같은 햇빛이 가득 내려앉았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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