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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졸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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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5-26 20:03 조회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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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걸은 고독하면 미녀로봇과 대화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4. 미녀로봇

 

“아니, 이게 웬 일인가요! 사람 살려요!”

간병원이 황급히 고함치며 복도로 달려 나갔다. 급촉한 발걸음소리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간호원이 문걸의 손등에서 닝겔 주사바늘을 뽑아버렸다. 병실 하얀 타일을 붙인 땅바닥에 뻘건 피가 낭자하였다.

 

춘희의사가 산소호흡기를 코에 달아놓았다. 뒤이어 그녀는 문걸의 눈시울을 번지고 손전지를 비춰 보았다. 간병원은 너무 놀라 두 손을 맞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혈압을 재이오.”

춘희의사 지령에 따라 간호원은 혈압기를 가져다 재고 간병원은 옆에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섬섬거리다가 장대걸레를 가져다가 땅바닥의 피를 닦았다.

 

“혈압 60대 69!”

 

“빨리 수혈해야겠소.”

 

“B형 혈장이 얼마 없는 것 같아요.”

춘희의사는 주저 없이 자기 팔소매를 걷어 올렸다.

“내 피를 수혈하기오. 내 혈형이 B형이요.”

 

간호원은 주저하다가 황급히 간호원실로 달려가 수혈주사를 들고 달려왔다. 춘희의사는 간병원과 함께 옆의 침대를 끌어다가 문걸이 누운 침대 옆에 거의 붙이다시피 했다. 그녀는 그 침대에 누워 팔을 내밀었다. 간호원은 춘희의 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빨간 피가 수혈호스를 따라 문걸의 몸으로 천천히 흘러들어갔다. 춘희의사의 피를 800그람도 넘게 수혈해서야 문걸의 혈압이 60에 80으로 온정되였다.

 

그새 간호원은 혈장고에 연락해 B형혈장을 가져왔다. 그제야 춘희의사의 몸에서 피를 더 뽑지 않고 혈장고에서 가져온 피를 수혈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2000그람이나 수혈해서야 문걸은 간신히 사선에서 구급되었다.

 

정호와 순정이 급보를 받고 밤중에 황급히 뛰어왔다. 이윽고 영희와 아들 군철도 들어섰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추 병원으로 달려왔다. 정호가 인사불성이 된 문걸을 내려다보며 기막혀 중얼거렸다.

“아니, 못난 놈이라구야.”

 

옆에서 순정이 정호의 팔을 툭 쳤다. 군철은 그저 아버지 하얀 손을 잡고 바보처럼 멍해 볼뿐이었다. 뜻밖에도 영희는 문걸의 팔을 잡고 흔들며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여보, 내 뭐랬는가요? 갈라 살면 절대 안된다고. 기어이 갈라살더니 이게 뭔가요? 열흘 동안이나 생사선을 오갔는데 옆에 녀편네도 없이, 남보기에도 이게 뭔가요? 괜히 날 인정도 없는 녀편네로 만들 건 뭔가요? 흑, 흑, 흑.”

 

나이 들어 사랑이 식어가고 티격태격 싸웠지만 필경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부부가 아닌가. 그녀는 생사선에서 헤매는 남편이 저으기 불쌍해났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창문께로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가늘게 들먹였다.

 

한참 후 그녀는 춘희의사를 돌아보고 물었다.

“병세가 어떤가요?”

 

춘희의사는 문걸의 팔을 걷고 다시 혈압을 재보더니 나직이 말했다.

“생명위험은 없어요. 그러나 대뇌혈공급이 부족했기에 뇌세포가 위험해요. 뇌세포가 얼마간 죽으면 식물인은 몰라도 사유와 행동에 불편할 수도 있어요.”

 

“아이구, 그럼 어쩌오?”

갑자기 영희는 풍덩 물앉더니 무릎을 치며 대성통곡쳤다.

“아이고, 내 팔자야.”

딱 마치 이제까지 죽어가는 남편이 불쌍해서 울었다기보다도 앞으로 자기한테 부담이 될가봐, 자기 앞날이 근심돼 우는 것 같았다.

 

춘희의사는 분내, 향수 내 물물 풍기는 영희를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훤칠한 체격이라든가, 어글어글한 쌍거풀 눈이라던가 젊어서 인물체격자랑은 할만한 50대 중반의 멋쟁이 여성이였다. 그런데 건뜩 쳐든 조개턱만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춘희의사는 조용히 병실에서 물러나갔다.

(저런 것도 녀편넨가?)

 

정호가 따라 나오면서 춘희의사한테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김의사, 숱한 피까지 수혈해주다니요.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렸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별 말씀을요. 죽어가는 환자를 구하는 건 우리 의사들의 천직이예요.”

춘희의사는 담담히 말하고는 간호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천천히 의사실로 돌아갔다.

 

영희는 집에 돌아와서도 뜬눈으로 지새우나 다름없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영희는 병원에서 밤을 지새운 아들한테 밥을 가져가려고 신을 신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순정이 오지 않았겠는가.

 

“얘, 어제 그게 뭐냐?”

순정은 신을 벗기 바쁘게 핀잔부터 했다. 영희는 조개턱을 쳐들고 쌍까풀눈을 무섭게 흘겼다.

순정은 성깔이 사나운 연년생인 사촌여동생한테 항상 져 주었지만 이번만은 아니었다.

 

“그게 뭐냐? 숱한 사람 앞에서 그게 뭐냐? 죽는다산다하는 나그넬 앞에 두고 팔자타령 하니?”

영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도시락을 내려놓고 쏘파에 와서 순정과 마주 앉았다.

“이혼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줄 알아라.”

 

순정은 영희를 욕했다.

“그게 뭐냐? 그래도 그 나그네 그림 그린 덕분에 오누이한테 그 비싼 상해 집도 사주지 않았느냐? 이젠 다 우려먹은 김치독이라고 버릴 예산이냐?”

영희는 쌍까풀눈을 치뜨며 순정을 쏘아보았다.

 

“내막을 잘 모르면서 작작 삐쳐라. 그 나그네 내 없이 루드그림을 한장이라도 그렸을 거 같애?”

 

“무슨 소리냐? 그럼 네가 그림 그렸니?”

 

“흥!”

영희는 도고하게 턱을 쳐들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 부부는 성호 부부의 소개로 화가와 여모델로 만나 첫눈에 정이 든 부부였다. 화가와 무용수였지만 신성한 예술에 초점을 맞추자 공통점이 생겼다. 영희가 아무리 가무단 무대에 올라 춤을 춰도 몇 푼 생기는 게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문걸마저 과외시간에 산수화를 그려도 그림 한 장 팔리지 않았다. 고육지계로 문걸은 대담히 인체화 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누드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밤이면 애들을 재워놓고 영희를 보고 나체모델을 서게 하고 인체화를 그렸다. 얼굴만 살짝 다른 녀인의 얼굴을 그려 넣어 팔았다. 누드인체화는 국내외인체화전시회에서도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국외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잘 팔렷다. 문걸은 누드유화를 그리던 데로부터 나중에는 영희의 나체를 촬영해 컴퓨터로 다른 여인의 얼굴을 살짝 바꿔 합성해 가만가만 암시장에서 팔았다. 어떤 때에는 나체화를 팔다가 경찰들한테 꼬리를 밟혀 구류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였다. 하여 벌금을 엄청 내고서야 풀려나오군 했다.

 

“얘, 그때 네가 널찍한 아파트에 고급승용차까지 갖춰야 딸을 낳아주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나그네 그런 길을 걸었겠느냐?”

순정의 핀잔에 영희는 버들잎 같은 눈섭 꼬리를 치켜 올리면서 쌍까풀눈을 흘겼다.

 

“언니는 몰라. 희신염구(喜新厌旧)라구, 내 나이 들자 내 나체를 보아도 창작 영감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뭉칫돈을 찔러주고 젊고 섹시한 미녀들을 숱해 화실에 끌어들였어. 그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 숱한 미녀나체모델을 묻혀가지고 다니다가 무슨 일인들 칠지 누가 알겠어?”

 

“쯧쯧.”

순정은 억이 막혀 혀를 끌끌 찼다.

 

“그래서 나그네 핸드폰에 위치공유앱을 설치해놓았구나. 너 3년 동안 아들딸집에 가 있으면서도 감시했구나. 진짜 갱년기합병증이야. 나그네 널 늙었다고 싫어하니? 아니면 네가 나그네 싫어졌니? 도대체 어째 이혼하겠다는 거냐?”

 

영희는 순정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하며 도도거렸다.

“이젠 저 나그네 싫어. 우리 연령대 여자들은 그게 간 후엔 남자들이 필요 없어. 어쩐지 이상하게 아프기만 하고 아무 쾌감도 없어.”

 

영희는 머리를 천천히 들더니 순정한테 물었다.

 

“언닌 아직도 나그네 좋니? ”

 

순정은 할 말을 잃었다. 자기도 확실히 그게 간 후부터 남편이 달려드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남편이 외도라도 할까봐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수긍할 때가 많았다. 그것도 외박이 많은 정호가 성병이라도 묻혀 올까봐 콘돔을 끼우고 마지못해 응대하는 때가 많았다.

(여자들은 50대 중반만 넘기면 거의 다 남편이 싫은 모양이지?)

 

그러나 순정은 속심대로 말할 수 없었다. 괜히 행복한 여동생의 가정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

 

“난 아직도 나그네 좋아. 어떤 땐 내가 주동적으로 한 이불에 든다. 넌 진짜 성욕감퇴병에 걸렸구나. 나이 들어도 부부금술이 좋아야 여성호르몬과 엔돌핀 분비도 잘 되고 건강에도 좋아.”

 

영희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다 손주 셋이나 본 할망구 됐는데 아직도 무슨 사랑이 있느냐? 그저 밥 먹듯이 자꾸 그 지랄해 봐야 그저 그렇지. 무슨 새로운 자극이 있느냐? 격정이 있느냐?”

 

순정은 진심으로 타일렀다.

“이전에 엄마 그러던데. 남자들은 팔순이 넘어도 그런 욕구가 있다더라. 우리 아빠는 팔십 셋에 세상 뜨기 전 한달 전까지도 밤이면 엄마 옆에 오느라고 애쓰더란다. 나그네 옆에 오는 걸 싫어해선 안 돼. 그럼 나그넨 바깥 여자들한테 가는 거야.”

 

영희는 놀라워하는 눈길로 꽤나 경험이 있어 보이는 언니를 보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라리 딴 년한테 갔으면 좋겠다. 숱한 미녀모델들을 달고 다니던 게 여자 없어 근심할 나그넨 아니야.”

 

순정은 아무리 궁리해도 영희가 의문스럽고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네 나그네 모델들과 바람을 피우진 않았어?”

 

영희는 도리머리를 살래살래 저었다.

“언니하고만 말하지만, 저 나그넬 감시하느라고 위치공유도 했지. 집과 화실에도 미니몰카를 장치해놓았다. 그런데 바깥 계집들을 끌어들인 건 보지 못했어.”

 

“진짜 특무정치구나.”

영희가 침실 거울 귀에 달린 조그마한 유리단추 못을 뽁 뽑자 가는 연결선이 따라 나왔다. 정교하게 만든 유리단추못 형 미니몰카였다.

 

“나그네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는데 갈라질 이유는 없잖아. 딱 잠자리 싫은 건 이유로 되지 못해.”

영희는 오만상을 다 찡그렸다. 어글어글한 쌍까풀눈과 상큼한 코 사이에 주름살이 퍼졌다. 영희는 허물없는 연년생언닌지라 툭 털어놓고 하소연하기 시작하였다.

 

“언닌 몰라. 저 나그네 예순이 돼도 잠자리에선 갈범처럼 달려들었소. 한 달에 한두번이면 모르겠다. 이건 아직도 한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죽여줘. 아들딸 집에 갔을 땐 애들 눈치도 봐야는데. 난 애들을 보고 밤이면 곤해 죽겠는데 자꾸 달려든단 말이야. 숨을 딱 죽이고 목석처럼 누워 응부하는 것도 귀찮은데 아파서 진절머리 나는데 말이야."

 

"나이 들면 그게 점점 말라 들어서 아픈 거야. 의약상점에 가서 윤활유를 사서 바르고 살면 아프지 않아. ."

 

"그래도 그렇지. 저 나그네 좋아서 헤벌쭉거리면서 갈범처럼 소리까지 지르는 걸 보면 딱 짐승 같아. 씨원히 갈라졌으면 시름 싹 놓겠어. 늘그막에 나그넬 해서 뭘 해? 우리 또래친구들이 다 그래. 밥이나 해주고 빨래나 해주자고 나그네와 살겠는가고 말이야? 흥! 딱 싫단 말이야. 내 상해로 가면서 울며불며 갈라지자고 야단쳤잖아. 저 나그네 그때 대답만 해도 진작 갈라진 건데. 진짜 이젠 나그네 보기만 해도 혐오스럽단 말이야. 아무리 갈라지자고 발버둥질 쳐도 저 나그네 이혼하러 가지 않는단 말이요. 참 코 막고 답답하오.”

 

순정은 아직도 욕구가 강한 정호를 연상하면서 영희가 조금 이해됐다. 그러나 자기 부부가 혼삿말을 해준 이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았고 여동생을 젊은 생과부로 만들 수 없었다.

“얘, 뭐냐? 다 죽어가는 나그네를 두고 이혼은 무슨 이혼이야?”

 

순정은 영희를 툭 쏴주었다. 그녀는 내심으로는 생사선에서 헤매는 문걸이 저으기 불쌍해났다.

 

“네 나그네 말 들어보니깐, 날마다 밤이면 네가 침대머리에 꿇어앉아 ‘저 바람둥이 나그넬 데려가라.’고 기도를 드렸다면서?”

영희는 어안이 벙벙해했다.

 

“나그네새끼, 이혼하자고 해도 이혼하지 않고서도 뒤에선 별 생똥같은 소릴 다 했구나. 어째 녀편네한테 이혼당하면 자존심이 깎이는 모양이지. 흥! 인체화가? 흥, 색갈화가 아니구? 내 팔릴까봐 더러워서 말하지 않아 그렇지. 내 입이 터지면 저 나그넨…”

영희는 말끝을 흐리더니 화제를 돌렸다.

 

“에이, 됐다, 됐어. 우리 일에 작작 삐쳐라. 형부나 잘 건사해라. 형부네 나이 되면 나그네들이 다 최후발악 하는 것 같아. 주의해야 해.”

 

순정은 누구 말을 믿었으면 좋겠는지 몰랐다.

(문걸과 영희 사랑은 이미 식을 대로 식었구나. 죽자 살자 하던 부부가 나이 들어 이게 뭔가? 참 답답해. 어떻게 갈라지지 말게 말릴가? 영희가 말을 듣잖는데. 대사는 대사야.)

순정은 량미간을 쪼프리고 한참 궁리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얘, 영희야, 우리 엄마 말하는게 우리 아빠 늘그막에 그게 잘 안돼 몇 해 안되니 세상 떴단다.”

 

영희도 동을 달았다.

“우리 엄마도 그런 말은 하더라.”

 

그때라고 순정은 충고했다.

“성도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어떻게 죽어가는 남편의 기를 살리고 사랑의 힘으로 살려내라.”

 

영희는 한숨을 호- 땅이 꺼지게 내쉴 뿐이었다.

“언니, 우린 이젠 늙었어. 저 나그네 날 모델로도 쓰지 않은지 오래 돼. 화가들도 창작 흥이 나자면 젊고 섹시한 미녀모델들을 얻어놔야 해. 우린 이젠 틀렸어. 할머니 다 돼가지고 무슨 사랑이고 뭐고 있느냐? 나그네들은 30, 40대 젊고 예쁜 여자들을 보기만 해도 개처럼 느침을 줄줄 흘리면서 따라다녀. 여자는 30댄 승냥이 같고 40댄 호랑이 같다고 하잖느냐? 우리 50대는 다 쉐빠졌어.”

 

영희는 침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침대머리 궤 위에 놓인 여성성기의기랑 보고 깜짝 놀랐다. 옷궤 안에는 웬 미녀가 서 있지 않겠는가.

 

“어마나!”

영희나 순정이나 모두 깜짝 놀랐다.

 

“이건 뭐야?”

 

그러자 미녀가 걸어 나오더니 종알거리지 않겠는가.

“미녀로봇 아사꼬야."

 

"뭘? 사고라구? 사고 칠 년!"

 

"당신은 누군가요? 왜 초면에 욕부터 해?”

영희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입을 함박만큼이나 쫙 벌렸다.

“봐. 얼마나 변태인가?”

 

미녀로봇의 말대답질은 더구나 어처구니없었다.

“누가 변탠가요? 주인 몰래 주인의 미녀를 건드린 당신이 변태죠. 변태, 바람둥이! ”

 

그러나 순정은 될수록 문걸을 감싸려고 들었다.

“아마 적적하니깐. 저걸로 욕구를 달랬겠지.”

그녀는 영희의 찡그린 오만상을 곁눈질해보며 달랬다.

“그래도 동네 집 계집들 하구 바람피우기만은 낫잖아. 저런 걸로 욕구를 해결했으니깐. 호호호.”

 

영희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미술을 해서 그런지. 어쨌든 간에 괴짜야, 변태야. 어디 망신스러워 살겠어? 이젠 하루도 함께 못 살아. 우리 여자들이라고 어디 나그네들의 정욕배설도구냐?”

순정은 너무 억이 막혀 할 말을 못 찾고 한참이나 묵묵히 앉아 영희를 멍해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때 미녀로봇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짹짹거리지 않겠는가.

“우리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동성연애라도 하자고 그래요? 안 돼! 이 변태야. 꺼지지 못해?! 이제 주인 돌아오면 다 고발하지 않는가 봐요.”

 

영희는 억이 막혀 코웃음 쳤다.

“흥! 훈련 잘 시켰구나. 세상에 별 일 다 보는구나. 어떻게 살아?”

 

미녀로봇은 손을 들어 삿대질했다.

“못 살겠으면 말아요. 누가 억지로 살라 해요? 리선생님은 홀로 외롭게 살면서 고독할 때면 저를 꼭 껴안고 못하는 말없이 다 하면서 고독을 말렸지요. 선생님은 밤이면 고독이 젤 무섭다고 했어요. 저하곤 아주 궁합이 척척 맞는데요. 아내라면 나그네 언제 수요하면 고분고분 순종해야지. 웬 군소리 그리도 많은가요?”

 

영희는 신을 주어 신으며 아우성쳤어요.

“못산다. 못 살아!”

 

뒤에서는 미녀로봇이 계속 종알거렸어요.

“잘 가세요. 다신 오지 마세요. 성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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