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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녀자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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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13 19:45 조회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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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책장을 정리하면서 문우들이 선물한 책들 중에서 몇 책을 뽑아냈다.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서에 깊숙이 빠진 한 여자한테 빌려줄 생각이다. 그 여자는 80고령이라 할머니지만 내 입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냥 여자라는 말이 나가고 있다. 윤기 도는 그 여자의 얼굴이나 환하고 정갈해 보이는 옷차림에서 독서하는 사람의 품위로 안겨오고 삶의 깊이가 느껴지면서 지적인 매력이 발산함을 보아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

 

간혹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면 착각이라기보다 확실히 그 맛이 특이하다. 그래서 “독서하는 여자가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독서하는 사람의 미지의 영역이 그처럼 아름다울 줄이야 .

 

밖에서 혹시 마주치면 나와 한다는 말이 대개 이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참 이상하오. 글쎄 며칠간 볼 책이 없어서 안 보았더니 이거 사는 멋이 없는 것 같소. 내가 책이라면 왜 이렇게도 미칠 정도인지 나로서도 모를 일이요. 책은 정말 친구이자 동반자와 같소”

 

평범한 가정주부가 하는 평범한 말이지만 그 내심을 읽을 수가 있었다. 홀로 사는 상황이라 단지 고독감에서 헤어 나오려는 목적이 아니였다.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도 독서에 빠져있었다. 세월을 더 우로 거슬러서 말한다면 처녀 때부터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만 손에 쥐면 집안일도 한쪽으로 미루어놓아 남편의 분노를 자아냈는데 결국 싸움으로 번져 졌다는 이야기는 정말 뜨끈한 감격이다.

 

우리 집에 책 빌리러 올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내 책장의 책에 눈길이 쏠리면 안경너머로 부러움과 흥분한 그런 눈빛으로 아래위로 정연하게 배열된 책들을 훑어보면서 책궤안의 책을 몽땅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듯한 표정이다.

 

책 빌릴 때마다 그 여자는 푸짐한 미소를 건네며 이런 말을 덧붙인다.

 

“내 빌려가는 책을 새것처럼 돌려올게.”

 

길가에서 마주치면 늘 하는 말이다.

 

“여태껏 숱한 책을 빌려 주길래서 내가 돈 많이 절약한 셈이요. 어느 때 밥이라도 사야겠는데”

 

독서하는 여자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읽는 반듯한 모습이 한 떨기 꽃처럼 안겨들어 내가 밥 산적도 있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말 책이 “찬밥”신세로 된 후부터 독서하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현실로 되였지만 그 여자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 뭉클케 한다. 어찌 하늘땅 진감하는 영웅적인 행동만이 가슴 울린다고 할 수 있으랴? 책 보는 모습은 극히 사소한 일이지만 역시 그런 느낌인데야 어쩌랴! 그녀는 참 상냥하고 참 자상하고 인자하다. 그리고 세상을 많이 알고 있으며 대화를 나눠보면 청산유수다. 이것이 독서의 결과가 아닐까?

 

해마다 잡지주문 때면 내가 그 여자를 위해 나서야한다. 잡지 이름을 가득 적어서는 가져오는데 혼자의 적은 로임으로 주문 값이 모자라면 서슴없이 나보고 선대하라고 한다. 정말 책에 넋이 나간 여자다.

 

몇 번이나 갔다가 목격한 일이 눈앞에 선하다. 식사 마친 밥상을 치우지도 않고 한쪽에 밀어놓은 채로 책에 빠져있는 모습이 날 감동 속에 밀어 넣은 것이다. 또 몇 번인가 폐물수거 하는 사람이 밀고 온 밀차의 폐물 속에서 책을 발견하고 돈 주고 샀다는 이야기는 또 어떤 이미지일가?

 

여름이면 동네의 노인들이 모인 곳에 가서 책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서 구수한 자리를 만드는 그 여자에 대해 과연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책을 많이 읽는 여자, 그녀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할 시간에 책을 읽는다. 마음의 여유를 차리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책이 차례지지 않아서, 혹은 어릴 때를 돌아보며 낭비하던 시간을 쪼개어 책읽기에 온전한 시간을 내어보는 것이리라. 때론 이해 못할 구절들을 여러 번 읽기도하다가 그래도 깨우치지 못한 글들을 종이장에 적어가지고 찾아오는 그녀이기도하다.

 

독서의 참맛은 느림에 있다. 읽히지 않고 모르는 부분도 일단 넘기고 보는 것이 독서의 지혜이다.

 

그동안 읽은 책으로 내공이 쌓인 그녀 앞에서 내 생각을 공유하고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책뿐만 아니라 공간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책과 함께한 그 사람, 그 사람과 함께한 책으로도 놀라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독서에 빠진 것을 두고 생각한 바도 있었다. 그 여자는 아마도 늘 희망이 가득하겠지, 늘 기뻐하겠지, 늘 친절하겠지, 늘 명랑하겠지, 늘 온유하겠지,

 

그리고 그녀의 독서 목적은 글쓰기 위함도 아니고. 지식의 습득이든, 가치 판단을 위한 토대 확보이든, 혹은 그저 취미 생활이든 간에 그녀가 원하는 건 결국 본인이 체험하지 못한 세계의 간접 체험이 아닌가싶다. 독서가는 그런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집중한다. 햇볕 잘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서, 혹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삶에서 깨닫지 못한 철리를 책에서 원만한 답을 얻었다고 말하는 그녀!

 

우리가 책에 몰입하면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책에서 눈을 떼고 나서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때도 사실 책의 잔상은 남아있다. 마치 내가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 그 느낌 때문에 책을 읽지 않을까?

 

독서는 무식하고 교양 없는 텅 빈 머리에 생각하는 능력, 살줄 아는 능력. 어떻게 살아야하는 능력 그리고 문화와 문명을 키워준다고 한 구절을 떠올려보면서 인제 독서하는 그 여자의 마음은 늘 가을의 단풍나무처럼 알락달락 물감이 들고 정감의 동산에는 곱고 단아한 꽃이 피어있으리라.

 

오늘도 독서하는 그 여자는 또 다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가고 있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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