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만한 키, 통통한 체형, 납작하고 가무스름한 얼굴, 어디를 봐도 수수한 내 친구이다. 하지만 나는 특별한데 없는 내 친구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점심휴식시간이었다. 우리들은 오구작작 교실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 때 누군가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을 해왔다.
“얘들아, 우리 드라마에서처럼 <학급의 꽃>을 선발해볼까?”
“와~ 좋은 아이디어, <학급의 꽃>이면 누가 될까?”
부쩍 궁금증과 흥미가 동한 우리는 바로 선발해보기로 하였다. 비록 장난삼아 하는 유희였지만 친구들은 사뭇 진지하여 삽시에 긴장감까지 돌았다.
‘누가 우리 <학급의 꽃>이 될까? 피부가 하얗고 고운 수진이? 공부를 제일 잘하는 민정이? 아니면 성격이 좋은 민지?’
내가 이 사람 저 사람 머리에 떠올리며 생각을 굴리고 있는 사이에 친구들은 벌써 앞 다투어 연설하기에 바빴다.
“얘들아, 난 우리 학급의 반장이니까 응당 내가 <학급의 꽃>이 되여야 해.”
“하하, 난 우리 반에서 댄스실력이 최고야, 연예인 못지않은걸 다 알지?”
“쳇, <학급의 꽃>은 그래도 예뻐야지. 체격도 쭉쭉빵빵, 얼굴도 이쁜 내가 어떻니?”
친구들은 서로서로 뒤질세라 목청을 높였다. 이 때 누구도 생각조차 못했던 수정이가 한걸음 앞에 나섰다. 워낙 잘난 곳, 모난 곳 하나 없는 친구인지라 다들 시큰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수정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학급의 꽃>이 된다면 너희는 이제 10년 후 남자친구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거야. <난 어릴 적 우리 학급의 꽃보다도 더 예뻤어>라고.”
‘와~ 어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대단해!’
심드렁해있던 친구들도 순간 나랑 같은 생각 이였는지 막 박수를 쳐주었다.
“<학급의 꽃> 수정아, 넌 정말 멋지다!”
친구들은 감탄과 함께 수정에게 엄지 척을 내밀었다. 그래, 수정이는 결코 <학급의 꽃>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음으로 하여 다른 친구들이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수정이의 그 너그러움에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때론 남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선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책에서 배웠음에도 말이다.
“곡식이삭은 여물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마음 깊고 배려심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뿌듯하다. 친구야, 너무 멋있었다! 감동받을 만큼.
멋지다! 내 친구.
지도교원: 박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