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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흑운이 밀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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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5-03 21:05 조회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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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이런 끔직한 세상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잠깐 그러다 지나는 것도 아니고 만 2년을 지나 벌써 3년 철을 잡아드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길어야 몇 개월이겠지 했는데 왕년에 휩쓸던 전염병과는 확연히 달랐다. 3년이 아니라 석삼년 지나도 끝날 것 같지 않다.

 

얼굴에서 마스크 벗는 날이 있을까? 어쩌면 끝이 없을 수도 있단다. 코로나란 액운으로 십여년 해오던 호텔 룸메이트에서 꿈에서도 예상 못했던 간병 일에 몸 담은지도 어언 두해를 건너간다. 처음 정착한 여기 노인전문병원 치매병동, 도립병원이라는데 규모가 있는지라 처음엔 가끔 확진자가 생기면 그 처치가 신속하고 완벽했다. 확진자 와의 밀접 첩촉자를 파악하여 격리시키고 일체봉쇄가 철저했다. 그래서 몇 번 난리를 치렀어도 감염자가 확산될 수 없었다.

 

일이 힘들지만 그런 우월성들 때문에 다른 요양병원들은 간병인를 구하기 어려워 문을 닫을 지경이라는데 이곳은 항상 차고 넘치게 흥성했다. 하지만 결국엔 우리병원도 손을 드는 날이 뒤늦게 온 것 같다. 윗층 병동에서 누군가 휴가갔다 온 것이 화근이었는지 하나둘 시작하더니 며칠사이에 병동의 간병인, 간호사 전체가 확진되고 환자들도 대다수가 확진 되었단다.

 

이웃하고 있는 병동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병동에서 일하는 친구가 증상이 이상하다고 하여 우선 예비로 갖고 있던 감기약과 해열제들을 보내주고 뭔가를 해주어야겠는데 일시 궁리도 나지 않는다. 매일 만나서 맛 있는거 나눠먹으며 수다 떨고 함께 산책운동도 즐기고 했는데 인젠 유리창문 건너로 38선이 되여 고작 손 흔들어 주고 전화로만 이런저런 위로를 보낸다.

 

나도 심리문제겠지만 목이 칼칼하고 으슬으슬 추운 것 같아 옆 병실에서 일하는 남편한테 말하니 이 난리에 웃을 수밖에 없는 답이 나온다. 내가 죽으면 자기도 함께 죽겠단다. 억지로 대충 끼고 있던 마스크를 기회를 만났다고 확 벗어던지며 일초의 고민도 없이 너무 진지함에 진짜 웃겨서 내가 죽더라도 딸을 위해서 당신은 잘 살아야지 했더니 자기는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어서 더 힘들단다.

 

벗어던진 마스크를 다시 씌워주면서 더 뒤 걸음 할 여지도 없는 현실에 난 차분하게, 일 그 만둔다고 들끓는 남편을 설득했다. 우린 닥쳐오는 내일을 손잡고 의연하게 맞으며 시련을 각오하고 살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나도 잘 살기 위해 요즘엔 영양제들을 있는 대로 주어먹고 건강 챙긴답시고 뒤늦게나마 설치지만 핵산검사 결과가 발표되는 다음날이 솔직히 무서워진다. 여직껏 무사했던 우리병동도 한두명 나오기 시작해서 두 개 병실을 격리시키고 엄격히 관리 받고 있는데 그 안에서 준비없이 날벼락 맞는 죄 없는 간병인들의 심정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우리 병동의 첫 확진자가 나온 날 진짜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 코로나 하면서도 성격이 데면데면하고 모든 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버릇 때문에 마스크도 제대로 쓰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달라진다.

 

위치상 병실이 제일 첫 번째 층 첫 방(201)이라 모든 일이 내 병실부터 시작된다. 당연히 예방접종도 첫 사람으로 4차까지 마쳤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간호사, 의사들 모두가 첫 번 째로 들리는 곳이기도 하고 가끔 병동카드 없이 드나드는 원내직원들 문도 따주고,..

 

그러니 밖에서 묻혀온 병균도 나부터 노출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철없이 설마하면서 먼 산 강 건너 불구경 했는데 진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겁도 난다. 걸어 다니던 사람이 한 두날 사이에 죽어나가는걸 창문너머로 보면서 너무도 비참했다. 여직껏 단독병실에서, 치매노인 한분을 돌보는데 벽을 사이 둔 옆방에서 살고 있는 남편이 수시로 드나들고 모든 시끄럽고 힘든 일 다 처리해주며 살았음에도 이렇게 걱정과 공포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데 저렇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매환자 다섯 명을 힘들게 돌보면서도 확진자와도 함께 생활하는 위험하고 외롭고 힘들게 일하는 동료를 지켜보노라니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진짜 착한 친구인데 전화 외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게 정말 안타깝고 죄스럽다. 그리고 또 병원의 처사에도 화가 난다. 예전처럼 확진자가 나오면 떨어져있는 격리병동으로 금방 보내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놔두고 병실출입문만 봉쇄하고 관리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생활하는 간병인과 환자들은 아무리 마스크 쓰고 잠까지 잔다해도 밥은 먹어야 하니 입과 코를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 하는데 이럴 때는 감염되기도 십상인데 병원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다.

 

또 확진 결과까지는 하루 이틀 더 걸려야 하는데 그 사이에 이미 밀접 첩촉자들은 어쩔 수가 없단다. 더 기막힌 건 이제 확진자가 더 많이 생기면 윗층 병동처럼 격리병실을 개방한단다. 한마디로 막는 게 경제적 부담이 크니 모두 감수하고 다 함께 걸리고 빨리 끝내자는 모양새 인 것 같다. 병원측도 나름 고충이야 물론 있겠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닌데 눈 펀히 뜨고 내 몸에 병균을 감염시키는 일을 해야 하니 환장하고 기막힐 노릇이다.

 

이럴 땐 우리 간병사인들이 한마음 되면 문제해결도 있으련만 모두 긴병에 지쳐버렸는지 이상하게도 바른 소리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모두 묵묵히 자기영역 방역에만 바빴고 나처럼 입 빠른 놈 한둘만 미운털이 박힌다.

 

윗층 언니들이 그러는데 차라리 일찌감치 코로나에 걸리고 나니 시름 놓이고 별로 무서운 게 없어서 편하고 좋단다. 그래도 아직은 감염자가 되는 게 너무나도 큰 공포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간병인들은 자기 안위보다는 환자들에 더 신경 써야 되는데 워낙 치매노인들이라 마스크 끼워드리고 금방 돌아서면 벗어버리고를 온 하루 반복하고 폭언폭행을 감내하며 문밖출입을 단속해야 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이 방진복속에서 땀으로 도랑 치며 흐르는데 간병인들은 그래도 하루하루를 보호자들 성화까지 참아가면서 긴 밤을 보내고 있다.

 

이젠 돌아가기엔 너무나도 늦어버린 머나먼 고향, 그리움과 안부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세상 걱정 없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한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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