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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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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10-17 23:31 조회6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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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는 새벽배송업이 번창하다. 아이 키우는 엄마는 이유식, 주부는 야채나 장보기, 워킹맘 일인가족은 아침식사를 새 벽배송에 많이 의존한다. 나에게 오는 새벽배송은 사람들이 익숙한 업체의 택배배송이 아니라 친구의 반찬 배송이다.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병원에 먹거리 한박스 넣어주고 유리창 너머에서 손 흔들며 "나 간다" 하고 뒷모습만 보여주고 가는 특별한 친구가 있다. 

 

오늘은 휴가차 집에 놀러온 아들을 대동하고 왔다. 봄부터 텃밭에 심은 상추에 배추, 고수 쪽파, 고추, 가지, 오이를 따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짐작을 병원까지 배송해주고 가는 고마운 친구다. 

 

짐 꾸러미를 받아놓고 보면 친군지 친정 언닌지 착각하게 된다. 들에서 캔 돌미나리 무침, 민들레 소고기 장조림 깻순 간장조림, 멸치 아몬드볶음, 얼갈이 김치 등 주말마다 메뉴를 바꿔가면서 정성스레 반찬을 만들어 갖다 준다. 내가 돌보는 환자가 좋아하는 만두까지 손수 빚어가져왔다. 친구가 해준 모든 반찬은 꿀맛이고 최고의 맛이다. 나는 친구의 지극한 사랑이 있어서 코로나에 감금된 삶을 이겨낼 수 있다.

 

내 친구는 은퇴 후 취미로 텃밭을 가꾸면서 인생 제2막을 보내고 있다.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과 지낸 추억을 안고 식물에 그 사랑을 쏟고 있다. 기르는 즐거움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아 야채를 기른다. 무럭무럭 자라는 야채를 보면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재미로 하는 일이지만 일상은 바쁘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배워가며 짓는 텃밭 농사가 열정과 부지런함으로 야채들은 탐스럽게 제법 잘 자란다.

[사진]

친구가 다녀가면 병실 냉장고는 꽉 찬다. 요구르트 하나 넣기 위해선 요풀레 하나를 꺼내야 할 정도다. 냉동고도 포화 상태를 면하지 못한다. 챙겨주는 찬거리 펼쳐 보니 오늘은 오이지무침 멸치볶음 닭똥집 마라볶음 깻잎무침 등 죄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 이다. 커다란 보온 찬통엔 아직도 뜨끈뜨끈한 시래기 된장국이 구수한 향을 풍기고 있다. 손이커서 베푸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코로나로 출입이 금지된 간병일상을 보내는 내가 걱정이라며 반찬에 라도 우정을 듬뿍담아 챙겨 오겠다고 한다.

 

친구가 새벽 배송해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주유소 근무하랴, 집안일 하랴 텃밭 가꿀랴 바쁜 친구다. 나를 위해 삼복 더위에도 주방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기꺼이 음식을 해주고 반찬 만들어 챙겨준다. 옆집 언니처럼 시끌시끌 호탕하게 수다 떨 때 친근감이 더 좋다. 활기차고 부지런한 친구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봄이 떠나고 여름도 가고 있다. 오늘은 친 구가 남편 편으로 또 반찬이랑 텃밭에서 이것 저것 따서 큰 짐 한 꾸러미 보내왔다. 오이 한 개도 남의 손에 부탁해야만 먹을 수 있는 병원생활에 텃밭에서 가꾼 무공해 야채를 보내주는 친구가 참으로 고맙다. 밭에서 금방 따서 보내온 토마토 몇개 씻어서 먹어 보니 무척이나 맛이 좋다. 내 입에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키운 참외와 수박도 보내왔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배터지게  나를 먹이고 흐뭇해 하는 친구의 마음이다.

[사진]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를 받고는 뭐먹을까 고민에 늘 한숨이 튕겨 나왔었다. 대충 물에 밥 말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나의 병원식사였건만 오늘은 친구의 손끝에서  다독다독 잘 키워낸 유기농 채소로 맛난 아침을 볼 가득 먹는다. 

 

입이 즐거운 시간, 오랜만에 누려보는 호사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까? 코로나에 감금 되여 어렵게 지내는 간병일상을 친구 덕분에 용케도 잘 견디고 있다. 늘 고맙고 감사해서 벅찬 감동이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밭에서 딴 오이로 오이지 담궈서 누름돌까지 넣는 항아리채로 보내왔다.  

 

통 큰 친구의 소견에 와~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친구남편은 본가 집에 가져갈 것 챙겼냐고 친정집 배달할 것 없냐고 늘 농담처럼 재촉한다고 한다. 그 농담 속에는 진심이 포함되어 있고 베품과 배려가 포함되여 있으리라. 야채 찐빵과 부추 계란소를 넣은 호떡을 간병동료들과 나누어 먹었더니 어디서 샀냐고 넘 맛있다고 칭찬들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는 친구의 순수한 마음에 또 한번 감사하다.

[사진]

친구의 넉넉함과 편안함이 고스란히 반찬 으로 전해진다. 새벽배송이 친구의 마음을 전해 준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친구가 고맙다. 군말 없이 새벽배송에 나서는 친구 남편에게도 고마움이 한량없다. 마음을 활짝 열어 베푸는 친구의 품이 넉넉한 만큼 친구에게 복이 가라고 기도한다. 주는 정 나누는 정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받기만 하니 좋으면서도 참 미안하다. 받은 것 만큼 베풀어야 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친구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고 빚진 마음이다. 

 

글을 쓰면서 추억들이 스물스물 떠오른다. 기억할 추억이 있어서 참 좋다. 옛날 집체호 때 일이다. 그때 말대로 농촌에 내려 가서 (下乡)빈하중농의 재교육을 받으며 농사일 했는데 가냘픈 나는 일을 잘하지 못하였다. 죽을 힘을 다 하여도 밭 기음이나 가을 걷이에서 맨 꼴찌였다. 

 

열정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친구는 늘 맨 선두로 나가는 청년들속에 끼여서 앞장에 섰다. 친구는 뒤쳐져 쩔쩔 헤매는 나의 밭고랑을 늘 마중해 도와주었다. 친구 덕에 꼴찌를 하면서도 많은 "공수"를 받았다. 그때 우리는 귀향청년들과의 편 가르기에서도 둘이 한편 먹으면서 동고동락으로 두툼하게 우정을 쌓았다.

 

소학교 1학년부터 같은 반  동창으로, 동네 친구로, 집체호까지 친구로 사귀어 온지 어언 57년 세월이다. 57년을 친구로 살아온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 친구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친구와 나는 함께 삶의 길을 걸어간다. 짧지 않은 인생길에 함께 하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다시 만난 세 번째 스무 살도 훨씬 지난 오늘, 다가오는 가을과 함께 우리 황혼도 아름답게 저물어 간다. 친구야! 우리 삶이 끝나는 날까지 우정 변치 말고 건강 하게 함께 하자구나 !

 

새벽배송을 해줄 때마다 미안하기는 하지만 사실 좋아서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이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할께.

고맙다 친구야...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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