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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를 고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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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10-17 23:31 조회631회 댓글0건

본문


저는 조선족이라서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거역할 수없는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년퇴직후인 2015년도에 천진에서 호텔을 운영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저는 중국글 간판 양옆에 조선글로“조선족 여관”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침실용품을 우리 식으로 하고 카운터 안내원들에게 한복을 입혔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말을 하게끔 교육을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하고 손님들이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고 당신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당당하게 "저는 연변에서 온 조선족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족의 예절바르고 깨끗한 이미지를 살려서 밤낮없이 닦고 쓸고 씻고 하면서 경영해 나갔습니다.  입소문이 한입건너 나가면서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알아듣건 말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홀에서는 우리의 "아리랑"이 은은하게 들려와서 손님들마다 우리 민족의 노래와 매력적인 말씨에 매료된다고 엄지를 내밀었습니다.

   

그렇게 활기찬 몇 개월이 지나 8월에 접어들어서 천진항에 큰 폭파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 공안, 소방 등 부문의 대폭적인 안전검사와 위법건축물에 대한 개정조치가 실시되면서 우리 호텔에도 손님이 끊겼습니다. 마음착한 단골손님이 저한테  외지에서 들어온 조선족이 경영하는 여관이라서 혹시 본고장 호텔보다 관리가 더 심각할거 같아 숙박하는데 조심스럽다고 뒤에서 수군거린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외조카도 전화가 와서 "빨리 간판을 내리고 경영방식을 원래 중국식으로 고치세요. 이모 영업이 아무런 보증도 없고 더 힘들어 질것 같아 근심스러워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저도 필경은 여성이고 한족들만 욱실거리는 이 도시가 무서웠습니다. 하얗게 밤을 새면서 뒤척이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는 간판을 걸어 놓은대로 영업을 견지했고 그대로 밀고 나아가면서 한차례 또 한 차례의 검사와 험수과정을 통과했습니다. 한때 긴장했던 흐름은 바람에 실려 가듯 서서히 지나갔습니다. 내가 이겨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조선족 여성은 강하다고 치하했습니다. 아니, 내가 강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정신이 강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끔씩 배추김치, 고추장, 된장 등 우리전통음식을  손님들께 대접하고 그들과 함께 우리의 문화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이토록 우리 민족을 좋아함은 하늘나라 가신 친정어머니의 피가 내 몸에서 흐르고 그이가 항상 나를 이끌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의 어머니는 조선(지금의 한국충청북도)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조부모님을 따라 중국안도현에 정착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유년시절을 보내던 어머니는 13살에 일본인들이 통제하는 심양봉제공장에서 아동공으로 일하셨습니다. 견습공으로부터 숙련공으로 되기까지 피타는 노력이 필요했고 끝없는 학대와 수모를 받았지만 평생을 잊을 수 없는 것은 나라를 잃고 모국어를 잃는 것이었답니다. 그때는 우리말과 글이 금지되어 있어서 일단 말하다가 들키기만 하면 혼났다고 합니다. 친구끼리 소곤소곤 우리말을 하는 눈치만 채면 그날은 욕먹고 매 맞고 금식까지 시키는 벌을 주었답니다. 말이 안 통하니 기술을 배우는 것도 버거웠고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느껴졌답니다. 공장주는 일본사람인데 엄마가 일 잘하고 눈치가 빠르다고 그랬는지 자기 집 애기들을 돌보게 하였는데 고통은 그때부터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애기들과 하루 종일 일본 말을 해야 했고 그 애들과 언어소통이 안되면 욕먹고 매 맞기 일쑤였답니다. 어머니는 낮에는 신경을 도사려 일본 말을 배웠고 밤이면 둥근달을 쳐다보며 언제면 그리운 고향에 가 우리말을 하고 우리노래 부르겠는지 바라고 바랐답니다. 그리고 몇 년을 있다 보면 한글과 말을 잊을까봐 잠 잘 때면 혼나간 사람처럼 혼자 중얼중얼 엄마아빠 형제자매 이름을 불러보고 한국노래를 불러 보았답니다.

  

드디어 해방직전에 고향에 돌아왔고 그때부터 우리글을 열심히 배웠답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즐겨 불렀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국의 흘러간 옛 노래들을 잘 부르셨고 글도 제법 잘 쓰셨습니다. 그리고 자기 글과 말을 잊을 뻔했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굶는 한이 있더라도 공부해야 한다고 타이르셨습니다. 그리고 한복을 손수 지으셔서 명절이나 뜻깊은 날에 입으셨고 제가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6.1”절이나 행사 때 한복을 입혀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올바른 가르침과 영향으로 저도 조선 글을 무척 좋아했고 우리민족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자랐습니다.

   

호텔을 경영하던 나날에 저의 따님이 외국에서 사업하다보니 외손주가 저의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외손주한테 우리글 자음모음부터 시작해서 가르쳤고 우리노래를 배워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복을 입혀서 유치원에 보냈고 나들이 할 때도 한복을 입히고 저도 개량한복을 정갈하게 받쳐 입고 다녔습니다. 따님은 엄마가 좀 오버하는 것 같다며 현시대 젊은이들은 한복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웃었지만 저는 계속 민족 특색과 한복사랑을 고집했습니다. 딸애가 고향을 떠나 사업하다보니 자연히 우리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지만 저는 엄마가 나한테 들려주었던 모국어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 해주고 우리민족의 문화를 잊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딸애는 우리민족의 위상을 떨치고 글로벌시대에 걸 맞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야심차게 도전해가고 있으며 시간을 타서 우리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온라인에도 올리고 있으며 외손주도 한국어 학원에 다니면서 우리글을 열심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타향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우리민족의 강인하고 굴할 줄 모르는 정신으로 열심히 뛰었던 그날들이 있었기에 오늘 이렇게 우리의 글을 쓰고 배워 가는데 소재가 될 수 있어서 가슴이 뿌듯하고 성취감이 동반합니다.

  

예전에 러시아 로쓰또프(罗斯托夫)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증조할아버지들이 조선에서 건너가 머나먼 사할린에  짐을 풀고 둥지를 틀고 살았는데 그 후예들이 전국에 많이 널려 살고 있습니다. 둥그런 얼굴과 상냥한 미소만 보아도 한눈에 한겨레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 넓은 러시아 땅에서 백의민족이란 운명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똘똘 뭉쳐 우리민족끼리 통혼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며 결혼, 돌잔치, 회갑을 맞으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우리 얼을 지키고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들을 볼 때면 우리의 뿌리가 이렇게 전 세계에 널려서 꽃피고 열매를 맺어 가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지금 우리의 선배님들도 우리의 전통과 주류사회와의 보조를 잘 맞추고 그들과 잘 융합하는 한편 민족의 아름다운 역사를 계속 잘  써나가고 있습니다. 조선족 노인협회가 중국 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우수한 일군들이 노래강사로 안무가로 되여 우리의 노래와 춤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족 지구에서 수십 년을 우리 음식점을 꾸려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민족을 널리 알리는 그들의 소행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과 우리 전통문화가 우리와 젊은 세대를 거쳐 세세대대로 이어갔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김봉녀                                     

                                                                              2021.10.06

                                                                                천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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