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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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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05-12 22:08 조회1,075회 댓글0건

본문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어른이라는 이름 그 자체는 존대와 존경의 대상이었고 흠모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남자가 장가를 가고 나이 30을 넘기고, 수염이 텁수룩한 어른, 또는 노인의 말 한마디면 무조건 가정에서나 마을에서는 법이고 질서였고 진리가 되어 어른들은 가는 곳마다 존대와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의 나의 시각과 생각에 더한 부러움과 사치를 더한다면 나이만 18세가 되면 군대를 갈 수 있고 하기 싫은 공부도 하지 않아도 되고 담배와 술을 마셔도 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어른이 되면 수염도 8자 코 수염, 또는 구레나룻수염과 턱수염을 멋있게 기를 수는 등등의 자유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도 빨리 커서 어른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가는 세월 너무 느리다고 탓했고 먹는 나이 더디다고 투정을 부리며 고삐 풀린 송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60의 문턱을 넘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는 남편, 가장, 아버지, 할아버지 등 훈장까지 두둑이 달았고 거리에 나가서도 어르신, 할아버지로 불리니 나이로 보나 훈장을 보나 어느 모로 보나 충분히 합격된 어른의 대열에 떳떳이 설 수 있고 나 자신도 '내가 어른이다.' 고 당당하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자나 깨나 '나는 과연 어른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자문자답을 해 보지만 나이는 분명히 어른이지만 '나는 지금 어른답게 사는가?' 하는 물음에는 나 자신도 확실하게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없어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사회가 문명으로 발전하고 시대가 변화되고 세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의식수준, 논리와 판단도 따라서 변하면서 지금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어른을 어른이라고 인정하는 의미, 가치, 척도, 평가기준이 다르게 변했다. 하여 언제까지 진리라고 믿어왔던 관념, 의리나 규범도 자연적으로 바뀌거나 변하고 언젠가는 거짓으로 된다.

 

옛날에 장가를 가고 어른이 되고 나이를 많이 먹으면 무조건 가정에서, 사회에서 존대와 존경을 받던 시대였다면 오늘은 사람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무조건 어른으로 인정하기보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어른이 어른 노릇을 해야 가정과 사회로부터 어른으로 서의 존대와 존경을 받고 대접받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옛날에 사회가 낙후하고 의학이 발전하지 못하고 게다가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대신 날마다 힘들고 고된 체력 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인간의 수명도 짧아 고작 60을 넘겨 사는 사람이 적었다. 오죽하면 60을 넘겨 살면 오래 살았다고 고려장을 치렀다는 설화까지 생겼을까?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의술이 발전하고 물질이 풍부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현대화한 기계가 힘든 체력 노동을 대체하면서 지금 인간의 수명은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살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사회는 노년화 시대로 변했다. 그만큼 어른이 많아진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젊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서, 가정의 생계유지를 위해 가정과 직장을 오가면서 돈과 시간과 세월을 쫓고 쫓기면서 개미 채 바퀴 돌 듯 열심히 살아왔다면 지금은 나이가 많아 자의든 타의든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가정에서도 한발짝 물러나 명실공히 후반생 인생을 사는 노인이 된 사람이 많다.

 

그 중에는 퇴직한 후에도 가정을 위해, 직장을 위해 바쁘게, 힘들게 살다 보니 젊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꿈과 자기의 취미를 되찾고 부단히 자기의 가치와 덕을 쌓고 체신과 품위를 높이고 가정과 이웃과 사회에 관계와 소통을 통해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만들고 베풀면서 가정과 이웃과 젊은 세대들과 사회로부터 존경과 존대 받는 어른으로서 어른다운 향기를 풍기며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며 지혜롭게 사는 어른이 많다.

 

그러나 이와 반면에 젊어서 가정과 직장을 위해 이제껏 고생했고 나이도 먹을 만치 먹었으니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 생각으로 퇴직과 동시에 집에서 손가락 까딱 하지 않고 매일 술과 마작, 도박으로 하루하루 정지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다.

 

그들은 또 옛날 어른들의 그릇된 가부장적 관념과 관습으로 감내노라 배내노라는 식으로 어른의 자존심과 품위와 체신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통하지 않고 부담과 미움을 사게 되어 어른으로 서의 품위와 체신을 지키려 다가 호박을 쓰고 돼지 굴에 들어가는 격이 되어 오히려 어른의 체신과 품위가 땅으로 떨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해 가정과 젊은 세대들과 사회로부터 존대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이 많다.

 

우리 속담에 '나이 60이 되도록 셈이 든다.' 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 그 뜻을 해석하기로는 첫째는 사람이 환갑이 되도록 셈이 들면서 사람 구실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을 수양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이 늙어서 아이들처럼 분수없이 행동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석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나이 60이 넘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 60이 넘어도 어른 노릇을 못하면 어른이 아니고 분수없는 아이로 되는 것이다.

 

그렇다. 오늘의 문명사회는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어른으로 대접받고 존대하고 존중하는 시대가 아니다. 나이가 많이 먹어도 어른이면 어른 노릇을 할 때만이 어른이 되는 것이고 가정과 젊은 세대와 사회로부터 대접받고 존대 받고 존경받는 시대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금 나이상으로 60이 넘어 어른이지만 어른 노릇에는 아직 훈장이 없으니 반은 어른이고 반은 어른이 아니라고 자문해본다.

 

100점 만점의 어른으로 되려면 오늘부터 칼을 숫돌에 갈아 날을 세워 나에게도 그릇된 가부장적 관념과 관습으로 어른의 자존심과 품위와 체신을 지키려고 고집하고 존대와 존경을 대접받으려는 약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잘라버려야 한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부지런히 갈고 다듬어 부단히 내 삶의 무게와 가치를 쌓고, 지성과 덕을 갖추고 자기 삶에 충실하면서 이제껏 가정과 직장을 위하다 보니 젊어서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되찾고 나의 취미생활을 하나하나 찾아 제2의 인생을 즐기고 누리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가슴과 사랑으로 소통과 나눔을 통해서 내 가정은 물론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삶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는 삶을 살면서 가정과 사회에 부담이 되고 미움 받는 어른이 아닌 가정과 젊은 세대들과 사회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고 존대 받는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어른의 도리고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마당 앞 사과나무에서 사랑을 나누던 제비부부가 어디론가 다정하게 날아간다.

/수원시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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