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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배우는 재미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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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03-13 13:35 조회1,1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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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 다섯인 나는 말하기 부끄럽지만 지난해 8월까지 문자 메시지를 보낼 줄 몰랐다. 아니 보낼 궁리도 하지 않았다.

 

25년 전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병에 걸려 사지가 마비된 나는 수술치료를 받았으나 손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래서 스마트 폰은 전화를 걸고 받는 데만 사용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발생했다.

 

대학동창 김성우가 동창그룹에 나를 초대하였다.

 

1982년 2월에 졸업한 50명 동창생중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몇 명을 빼고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동창그룹에 내가 출연하자 숱한 동창들이 나에게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니 문자로 화답해야 한다.

 

별 수 없는 나는 아들한테 물었다. 아들은 여차 여차 하라고 했다. 나는 시킴대로 하나 누르니 한글 자판이 올라왔다. 떨리는 오른쪽 식지로 자음, 모음 하나씩 찍으니 글이 되었다.

 

하, 이렇게 하는구나. 나는 3시간 품을 들여 짧은 글을 만들어 동창그룹에 올렸다. 동창들의 문안 글이 꼬리를 물고 올랐다.

 

메시지를 올릴 수 있으니 딴 생각이 들었다.

 

6년 전에 나는 한국에 온 중학시절 여성동창 10명이 사회봉사활동을 한 사실을 취재하고 쓴 기사를 한민족신문에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허리와 손목 고통을 느낀 나는 아예 필을 놓아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앉아서 글을 쓰지 않고 누워서 스마트 폰을 들고 식지로 글을 찍으니 허리 고통은 없다.

 

이런 생각이 든 나는 지나온 일들을 회고한 문장을 만들어 한민족신문에 투고했다. 며칠 후 신문에 “희극이냐 비극이냐”란 제목으로 실렸다. 일흔넷에 신문에 실린 나의 글을 보자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도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그 후 5편이 더 실렸다.

 

한달 전에 김보옥 동창은 날 보고 KBS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 투고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다. 내가 의향이 있다고 하자 투고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알려준 대로 했더니 3월 9일에 발표한다고 담당자 선생님께서 통지를 보내셨다.

 

30년 만에 라디오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쓴 내용을 들었다. 3월 11일에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크나큰 영광을 안았다. 나의 글 "들풀예찬"이 우수작으로 평선되었다. 75년 인생에서 제일 큰 영광을 안았다.

 

늙으막에 배우는 재미 쏠쏠함을 한껏 느꼈다.

 

이쯤하자 또 딴 생각이 든다. 35년 전에 나는 한국의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서울신문에 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3개의 신문에도 투고하면 어떨까?

 

나는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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