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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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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07-04 14:44 조회324회 댓글0건

본문

내일이면 이별을 해야 합니다. 정확히 1년 하고도 3개월 동안 제가 돌봐오던 어머님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환자와 간병사란 관계로 만나서 미운 정, 고운 정 쌓아 온지 13개월, 다사다난했던 시간이 였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어머님을 만났을 때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일자리가 있다 해서 보호자하고 통화하고 병원으로 찾아가서 인수인계 받았습니다. 어머님은 두 손, 두발 다 억제 대를 하고 계셨고 머리는 산발이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소리 지르고 산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 고민하다가 한번 부딪혀 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치매환자인 어머님은 불안 증세가 엄청 심하셨습니다. 억제 대를 하고 계시는 모습이 안스러워서 잠시 제거해 드리면 소변 줄을 당겨서 뽑질 않나, 침대난간에 두 다리를 올리고 내리려고 시도하지를 않나, 자칫 방심하면 낙상하기가 일수였습니다. 그런다고 억제 대를 하고 있으면 불안하여 소리 지르고, 억제 대를 어떻게 풀어보려고 몸부림을 치며 침대 난간을 두드리고, 하여간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일단은 어머님을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비록 동문서답이지만 대화를 많이 하려고 시도했으며 가능한 스킨십으로 어머니의 손도 잡아드리고 몸도 슬그머니 밀착하고 안아도 드리고 하면서 최대한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한손, 다음에는 두 손의 억제 대를 제거하고 차츰 한쪽발로 부터 두발, 이렇게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손과 발의 억제 대를 다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안전을 위하여 빈 박스를 얻어다 흰색 종이로 깔끔하게 도배까지 하여 침대난간 사이를 다 막아 놓았습니다.

 

억제 대를 제거하니 어머님도 차츰 불안감이 없어지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으며 점차적으로 조용해 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특별히 애기한테 집착을 하고 계셔서 보호자들과 상의하여 진짜 애기 크기에 비슷한 큰 인형을 사다 드렸습니다.

 

다행이 애기를 사다 드린 것이 어머님한테 얼마나 큰 의지가 되셨는지 자나 깨나 애기와 이야기를 하시고 애기를 예뻐하면서 애기와 한 몸이 되다 싶게 되었습니다. 애기가 진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만지고, 뜯고, 붙이고 하는 어린이 장난감을 사다 드리고 갖고 노시게 하고 애기를 좋아하시니까 애기들 사진이나 동영상도 보여드리고 하면서 저하고도 많이 친해지셨습니다. 하여 보호자들도 어머님이 많이 안정 되시고 편안해 진 것 같다면서 엄청 좋아하셨고 일하는 저도 처음보단 조금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덧 저도 어머님을 돌봐 드린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3개월이란 사간을 하루 24시간 붙어있다 싶이 하면서 지내 왔습니다. 그동안 어머님하고 저는 정도 많이 들어서 인지가 안 좋으시지만 제가 없으면 어디 갔냐고 찾고, 오면 어디 갔다 왔냐하면서 반겨주고, 하면서 한식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머님과 정이 들어 동문서답 대화도 많이 주고받고 친정엄마인양 안스럽고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습니다.

 

보호자들도 최선을 다해 어머님한테 잘해 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어머님을 공동병실에 보내시게 되였습니다. 하여 어머님과의 이별이 드디어 첮아 왔습니다. 저 역시 안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제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데 자식들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어머님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안정적으로 편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님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앉으세요.

/심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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