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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어머님께 드리는 추석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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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2-09-08 10:45 조회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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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영순 어머님께 : 

 

오늘은 어머님께서 건강을 얼마간 회복하시고 기쁨 속에 퇴원하는 날입니다. 어머님은 사실 제가 돌보는 환자는 아니지만 4개월 동안 한 병실에서 때가 묻었고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퇴원하시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서글프고 허전해집니다.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퇴원하는 어머님께서 깜짝 놀라게 선물로 이 편지 한 장 썼는데 읽어드리죠.

 

우선 퇴원하는 어머님께 가장 진심으로 되는 축하를 드립니다. 환자에겐 퇴원하는 날이 가장 즐거운 날이고 오매불망 고대하던 날이 아니겠습니까?

 

환자 셋, 보호 간병인 셋인 큰 방에서 어머님 퇴원하면 우리 병실은 빈집 같을 거예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어머님한테서 감동받고 느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어머님의 너그러운 마음과 현명하고 강경한 의력은 옛날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한국 여성의 기질과 고귀성이 그대로 간직해 불빛같이 돋보였습니다. 때로는 참기 어려운 고통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인내성, 말보다도 행동이 앞서고 항상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들은 언제나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다음 어머님께서 얼마나 훌륭했으면 자녀들이 저렇게 고상하고 점잖고 의리 있는 효자효녀들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드님 둘, 따님 둘인데 에누리 없이 어머님의 풍격을 이어받아 한결같이 우수한데 부모님이 7년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어도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거늘 이건 웬 일이지?! 짜증 한번 없이 효성이 똑같으니 나는 간병인 생활 6년 하면서 이같이 훌륭한 가족집안은 처음 봤습니다.

 

우리 병실에는 모두 6명인데 한집 식구같이 화목했고 누가 아프고 곤난이 있으면 혈육인양  함께 가슴 아파하고 위로했지요. 때로는 어머님 몹시 아파하실 때 함께 붙잡고 울고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웃던 일, 어머님께서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시고 나도 어머님들 기뻐하는 옛 이야기 해주던 일들이 주마등같이 떠오릅니다.

 

사실 어머님께서 금방 우리 병실에 오셨을 때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어 귀찮았지요. 어머님께서 잠꼬대를 하면 그날 저녁은 잠을 설쳐 잘 수가 없었으니까요. 어찌하면 좋을까? 너무 일찍 주무시게 하면 불찰이라 좀 늦어 주무시게 하면 잠꼬대를 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의 계책을 연구, 개발했습니다. 병실 환자, 간병인들을 동원하여 초저녁엔 화투놀이도 하고 오락회도 열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가수처럼 노래도 부르고 무용배우처럼 춤도 추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죠. 그때마다 어머님께서는 내가 좋아서 손뼉을 쳐가며 칭찬하고 기뻐해 주셨습니다.

때론 내가 희극배우가 되어 너펄대면서 웃기는 걸 보시고는 어머님께서는 마치 꼬마 유아원 어린이 같다고 하였습니다.

 

한번은 내가 냉이나물 캐다가 감자 섞어 넣고 된장국 끓여 왔더니 ", 내가 80살 먹도록 살다가 이렇게 맛있는 장국은 처음이다"며 나를 향해 엄지 척 내밀고 진심어린 칭찬까지 해 주셨는데 어머님이 웃으시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어요.

 

어머님은 내가 별로 개의치 않는 일을 해도 감탄하면서 ", 너는 머리가 총명하다니까!" 하면서 치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님은 나의 친어머니처럼 느껴졌어요.

 

어머님, 퇴원하셔도 저를 잊지 않을 거죠. 인정 있고 애교 넘치는 조혜리 간병사를 기억하시겠어요? 저도 어머님을 잊지 않고 종종 안부 전화 드리겠습니다.

 

어머님, 퇴원하시더라도 다시는 병원에 오시지 않게 제때에 약도 드시고 항상 건강 잘 챙기면서 즐겁게 사세야 돼요. 김영순 어머님 사랑합니다.

/간병인 조혜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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