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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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외동포재단 작성일22-06-30 17:23 조회341회 댓글0건본문
나는 애당초 중의학(中医学, 중국의 전통의학)과는 전혀 연관 없는 사람이었다.
근데 1년간 온라인 학원에서 중의학을 열심히 배운 결과 현재 쑥뜸 요법(能量平衡灸)과 침구요법 (灵枢疗法)의 중급반 졸업증을 각각 따고 진맥(脉诊)과 정골요법(柔式正骨)의 초급반 수업을 끝마쳐 남편으로부터 우리가정의 “리의사”란 호칭을 “수여”받았다.
내가 “리의사”란 호칭을 받기까지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버스에서 우연하게 한번 삐끗한 후로부터 오른쪽 무릎 안쪽이 가끔씩 은은하게 아파났다.
며칠 후면 낫겠지 싶어 개의치 않고 무용반도 계속 다니고 가까운 동네에 사는 동서네 집도 자주 드나들며 오랜 지병으로 고생하는 동서를 도와 줄 겸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두 달이 지나자 무릎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다리가 무거워지더니 나중에는 동서네 3층집 층계를 오르내리기가 너무 힘겨워졌다.
이때에야 비로소 병원에 가서 MR 검사를 받았는데 퇴행성관절염에 여러 군데 연골이 손상되고 반월판(半月板)이 좀 찢어진 상태, 게다가 무릎에 물이 차 있어 유일한 치료방법은 무릎 시술(微创手术)뿐이라는 확진이 나왔다.
청천벽력이었다. 워낙 걸음걸이가 빠르고 잘 뛰어 다니기도 해서 남편이 늘 “강다리(钢腿 강철 같은 다리)”라고 놀렸는데 무릎 시술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시술치료를 거부하고 나와 버렸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져 집안에서 절뚝거리며 맴도는 것조차 싫어졌다. 약 먹고 고약 부치고 괜찮다는 진료소에 찾아가 침도 맞아 봤지만 별로 호전이 없었다.
여기저기 전전긍긍하다가 인터넷에 들어가 해당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홍행림(红杏林)학원의 중의학 무료 강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쑥뜸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내용인데 들을수록 마음이 끌렸다.
나는 수업료(50원)를 내고 학원에 등록해서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차츰차츰 나는 쑥뜸 실습수업을 통해 쑥뜸의 효능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릎통증이 완화되고 무거운 다리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초급반 수업과정을 마치자 나는 곧바로 중급반에 진급해서 계속 배워 나갔다. 쑥뜸 치료법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두 달 남짓 쑥뜸 치료단계를 거치고 나니 통증이 사라지고 일당 7-8천보씩 걸어도 이상이 없었다.
어느덧 겨울철에 접어들자 창문을 열지 못하니 쑥뜸연기를 창밖으로 배출할 수 없어 쑥뜸 치료가 불편해졌다.
그래서 또 하나의 중의학 전통과목인 침구요법 기초반에 등록하여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배운 지침대로 난생처음 스스로 내 몸의 합골혈(合谷穴)에 침을 놓았는데 의외로 아프지 않았다.
신심이 생겼다. 이어서 나 자신을 “실험 쥐”로 삼아 각종 질병 치료에 따라 팔과 다리의 혈자리에 침을 놓고 더 나아가서 가슴과 배. 엉덩이와 뒷등 등 12경락 혈자리에 손이 닿는 데까지 스스로 침을 놓았다. 덕분에 내 몸은 가끔 며칠씩 퍼렇게 멍들어 있군 했다.
나는 매번 실험한 후에는 진료부(医案)를 상세히 작성해서 학급 단톡방에 올려 선생님과 동급반 수강생들의 지도를 받군 했다.
졸업식에서 나는 영예롭게 “의안대왕(医案大王)”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렇게 중급반 과정까지 마치고 난후, 학원 현장에서 수업하는 함수반(函授班)까지 가고 싶었지만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를 코로나 때문에 현장수업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나는 어느덧 쑥뜸과 침구요법으로 나의 무릎뿐만 아니라 돌연 허리를 삐어서 일어서기 바쁜 통증을 치료해냈고 엄지손 건초염(腱鞘炎)도 치유했다. 그리고 남편이 담낭염 지병이 도져 고통을 느낄 때 “담3침”(胆三针)이란 침구요법으로 통증을 제거해 주었고 견관절 주위염(肩周炎)도 침과 쑥뜸을 병행해서 치료해 효과를 보았다.
이쯤 되니 내가 힘들게 공부한다고 극구 반대하던 남편도 차츰 나를 인정해 주며 우리가정의 “리의사”란 호칭을 기꺼이 붙여주었다.
나는 늘그막에 중의학에 이렇듯 깊이 빠져 “리의사”로 변신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지만 세월은 마술사처럼 사람을 “N”인으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리의사”- 나는 남편이 붙여준 이 호칭이 마음에 들고 뿌듯하다.
배움에 끝이 없듯이 나의 중의학 공부도 계속 진행 중이다. 물론 이 나이(67세)에 전혀 연관 없던 중의학 공부가 힘겹고 단조롭지만 나이가 들수록 쇠퇴해지는 내 몸의 최적임 의사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배움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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