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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호암산 잣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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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09-12 08:10 조회2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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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광풍이 몰아치듯 휩쓸던 코로나가 3년이란 긴 터널을 지나 올해 초부터 즘즘해지기 시작했다. 예방접종도 번마다 했고 다 지나갔다고 방심했던 탓인지, 용케 잘 버텼던 나에게도 지난 5월에 이 불청객이 eh 찾아오고야 말았다.

 

일주일간의 치료와 격리를 마치고 회복되였지만 건강을 위해 면역력 증진에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산을 떠 올리게 되였다. 산이 좋은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터라 이 기회에 대담히 실천하리라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호암산 산림욕장인 잣나무 숲을 찾기로 결심했다.

 

호암산은 산세가 호랑이 형상을 닮았다 하여 호암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호암산이라면 호압사를 빼놓을 수 없다. 호압사는 호암산에 자리 잡고 있는 유서 깊은 전통사찰이다. 호암산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 되는 자리에 절을 짓게 되였는데 그 절이 호압사라 한다.

 

어쩌다 떠나는 산이라, 나도 산을 타는 일행처럼 도시락을 넣은 등산 가방에 돗자리도 챙기고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다.

 

금천구 시흥동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30여분 걸으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호암산 늘 솔길 입구에 도착한다. 산림욕장 잣나무 숲은 호암 늘 솔길과 호압사로 가는 중간에 있고 데크로 된 둘레길이여서 걷기도 편하다. 요즘같은 폭염에 깊은 산도 좋지만 옅은 산, 그렇지 않으면 둘레길도 괜찮은 운동 코스다.

 

호암산의 완만한 산행길,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서 호암산 칼바위, 폭포를 구경하고 다리쉼도 할겸 호암 늘 솔길 북카페에 들려 취향에 맞는 책도 골라서 읽을 수 있다. 둘레길에서 내려다보면 곧게 쭉~쭉 잘 뻗은 잣나무 숲의 경관이 눈앞에 쫙~ 펼쳐진다.

 

주말이라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얼핏 봐도 잣나무 숲의 50여 개가 넘는 탁자와 원탁, 정자와 의자에 사람들이 다 차 있다. 여기저기 더위를 피해 잣나무 숲 산림욕장을 찾아 휴식의 한때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정자는 차례가 없고 요행 의자를 찾아 돗자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봤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 남여들도 있고 옆 정자에 50대 부부가 유독 나의 눈에 띈다. 바쁜 일상에 얼굴 보면서 대화하기 힘든 요즘에 눈길을 마주하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곁에서 봐도 퍽 인상적이다. 요즘 들어 건강상 문제로 잣나무 숲을 찾는 우리 나이 때가 제일 많은 것 같다.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20여 미터까지 높이 자란 잣나무는 아지가 많고 잎도 많아 햇빛을 잘 가려준다. 쉬기 좋은 그늘을 충분히 만든 후 잎이 바닥에 수북이 쌓여 양탄자처럼 푹신한 느낌을 준다. 자리를 미처 잡지 못한 이들에게 맨땅에 돗자리만 살짝 펴고 누워도 등이 배기지 않아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잣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강력한 뇌를 자극하는 후각이라 할까, 코끝으로 느껴지는 상쾌한 잣나무 향과 구수한 흙냄새가 함께 어울러져 기분이 업그레드로 전환된다. 사람들은 그 상쾌한 매력에 빠져 한 번 오게 되면 꼭 다시 찾게 되는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잣나무에는 식물이 스스로 해충이나 곰팡이를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인 피톤치드가 들어있다.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서 폐렴이나 질염 등 균을 죽이고 아토피 피부염에도 도움이 되면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적인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잣나무 숲속에 가만히 앉아 사색을 즐기면서 멍을 때려도 좋다. 잣나무 숲에는 산소의 농도가 짙어 인체에 원활한 혈액순환과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잘 되여 책 읽기와 글쓰기에도 좋은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아침에 일어나 돌돌 말아 싼 야채 김밥을 먹으면서 나는 자연을 만끽한다. 갑자기 청설모 한 쌍이 잣나무 위에서 긴 꼬리를 쳐들고 요리조리 장끼를 부리다가 내가 던져준 과자를 끌어다 먹느라 입 놀림이 분주하다. 생존의 법칙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식사가 끝나자 옆 정자에 자리 잡은 언니들이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첫 대면이라 나는 가지고 간 사과와 참외를 깎아 놓으면서 서로 인사를 건넸다. 원터치 텀블러에 담은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산 공기와 함께 마시는 그 기분은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잣나무 숲을 15년 다녔다는 언니도 있었는데 내가 15년 전이면 쾌 젊은 나이였는데 잣나무 숲을 찾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묻자 건강상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나보고 20여 일만 쭉~다녀도 몸이 먼저 반응이 온다고 알려준다. 숲에 있는 시간이 지루할 때면 호압사로 한 바퀴 돌고 오는데 10여 분이면 충분하단다. 일요일에는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호압사에서 무료로 국수가 제공된다고 한다. 내가 궁굼해 하자 곁에 언니가 따라가 보라고 한다.

 

호압사로 올라가는 길은 좀 가파르긴 하지만 아직은 걸을만한 길이다. 호압사 입구에 들어서니 등산 가방을 둘러멘 사람들로 붐빈다. 길게 쭉~ 늘어선 줄이 얼핏 봐도 몇백 명은 잘 될 것 같다. 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호암산이 얼마나 매력이 큰지 짐작이 간다.

 

멸치육수에 국수를 말아 버섯볶음과 채썬 김치를 얹어, 땀을 흘리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그 맛을 알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잣나무 숲에서 점심을 떼웠으니 더 먹을 수는 없고 다음번을 약속하고 다시 오던 길을 향했다.

 

걷는 내내 산 공기의 신선함이 숨을 쉬고 들이킬 때마다 폐 안도 그 습기를 빨아들여 촉촉함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울창한 잣나무가 많아서 거기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을 실컷 마시면서 아쉬운 발걸음으로 5시에 하산할 준비를 했다. 7시간의 잣나무 숲에서의 산림욕, 나에게는 충분한 힐링이다. 앞으로 종종 찾아 올테니 좋은 벗이 되여 달라고 나는 잣나무 숲에 약속하고 귀로에 올랐다.

/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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