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같은 아내의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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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4-01-05 11:39 조회142회 댓글0건본문
2024년 1월 3일, 나는 KBS한민족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프로에서 "엄마는 잔소리꾼"이라고 쓴 용정시의 권헤림 학생의 글을 들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라 아내의 잔소리었다. 엄마의 잔소리는 20년 넘게 듣지 못했으나 아내의 잔소리는 50년 동안 나의 귀를 따라 다녔다.
건강할 때 잔소리는 몇가지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늘 술을 적게 마시란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니 술 공장이 몽땅 폭파됐으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했다.
신체가 건강하던 그 시절에는 발에 땀이 많이 나 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때에 발을 대충 씻지 말고 비누를 바르면서 깨끗이 씻으라는 잔소리었다.
27년 전에 병석에 눕자 상기 잔소리는 나의 귀가를 떠났고 새로운 잔소리가 꼬리를 물고 찾아 들었다.
2년 전에 대장암 수술치료를 받은 후 아내는 출근을 하지 않고 병시중을 하자 잔소리는 이전보다 몇배 많아졌다.
아침 기상부터 시작되는 잔소리는 잠자리에 들때까지 귀가를 떠날줄 몰랐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란다.
밥을 먹을 때는 채소를 많이 먹으란다.
국에 밥을 말아 먹으려면 소화가 잘 되지 않으니 말아먹지 말란다.
밀가루 음식을 적게 먹고 쌀밥을 주로 먹으란다.
낮에 방안에 있을 때도 잔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텔레비전 앞에 조금 앉아 있으면 일어나 움직이란다.
밖에 나가 볕 쪼임을 할 때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오래 하고 추운 날에는 바로 들어 와야 한다고 한다.
또 저녁에는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말란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지금 나는 아내의 잔소리를 잘 듣는다. 보약을 먹으라는 소리처럼 들리기에 대꾸 한마디 없이 듣고 집행한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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