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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어느 간병인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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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04-01 21:56 조회4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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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간병인의 하소연이다. 내가 이 사연의 목격자이자 제보이다. 훌쩍 떠나가는 겨울을 따라 2월도 막가는 어느 날, 안양시의 한 종합병원에 할아버지 한 분이 실려 왔다. 보호자에게서 할아버지를 인계받은 간병인의 고난의 일상은 그로부터 시작되였다. 

 

할아버지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섬망증이 있어서 간병일의 난이도가 높은 힘든 환자였다. 밤새 소리 지르고 침대를 발로 차는 등 난폭증상까지 있었고 "이년아 저년아~” 욕설도 하는데 신경안정제를 투입하지 않고는 돌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삼킴장애(吞咽困难)가 있어 침이 기도로 흘러들어 수시로 썩션도 해야 했다. 콧줄도 수없이 빼서 도저히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스러워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는 몇 번이고 그만두라고 간병인에게 권유했다.

 

간병인이 가족같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달래고 열심히 체위변경도 시키고 기저귀도 헤쳐놓고 통풍도 잘 시키면서 피부 청결과 건조를 유지해 왔지만 3일째 되는 날 꼬리뼈 부위에 1단계 욕창이 생겼다.

 

간병 사인은 제때에 간호사에게 보고하고 병원측에서도 욕창 치료를 시작했다. 보호자에게 욕창 매트를 부탁했것만 욕창이 생긴 후에도 수차례 독촉해서야 겨우 매트를 보내왔다. 간병사가 꼬리뼈 부위에 압력을 피하려고 아무리 좌우 체위만 유지시켜도 "바로 눕기" 자세를 고집하는 환자는 도저히 협조해주지 않았다. 큰 체구에 맥 버리고 축~처진 너무도 무거운 환자를 힘들게, 힘겨웁게 옆으로 체위해 주면 몸부림하여 "바로 눕기" 자세로 돌아오고 몸은 꼬이고 기저귀나 침상은 억망이 되였다. 넋을 잃을 정도로 힘 들어 하는 간병인의 한숨 소리에 "보호자에게 떠밀어 버리라"는 나의 목소리도 커갔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건 간병사의 진심이었다.

 

욕창 1단계부터 치료도 적극적으로 하고 관리도 열심히 했지만 욕창은 2단계로 심각해졌고 보호자는 병원에 대한 불만과 간병인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채 전원을 결정하고 간병비도 지불하지 않고 떠나갔다.

 

가족도 힘든 간병을 간병인은 최선을 다하였다. 원래 천성이 착한 분이였기에 환자에게 그 누구 보다 잘했다. 환자의 욕창 문제는 간병인들에게 제일 큰 난제이고 두려운 문제이다. 물론 적극적인 체위변경과 피부 청결 건조로 욕창 발생을 방지해야 하고 예방할 수도 있지만 체중이 무거운 환자, 영양결핍 등 원인으로 불가피적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실 100% 예방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욕창은 가족이 간병해도, 조금만 방심해도,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간병인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간병인의 책임을 합리화 하는건 아니다.

 

보호자들도 간병인을 탓하고 원망할 대신 욕창 매트, 욕창 쿠션과 같은 욕창 방지용품들을 지원해주어 욕창 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 해야 마땅하다. 간이침대에 얇은 이불을 깔고 환자 침대 밑에서 쪽잠을 자는 간병인에게 조금이라도 측은한 마음을 가진다면 치매 부모를 돌봐주는 간병인이 고맙게 생각되지 않을까? 가장 궂은 일을 맡아주는 간병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많은 보호자들은 고맙고 감사하다고 허리 굽혀 인사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욕창이 생겼다는 이유로 간병비를 지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병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하였다. , 세상이 갈수록 무서워진다. 밤잠도 못 자면서 고생한 간병인에게 간병비 대신 욕설을 대체하는 몰상식하고 비도덕적인 보호자에게 나는 어이 상실하고 말았다.

 

간병인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를 하는 특수고용직이다 보니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노동청에 고발하더라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병원측은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병비 문제를 거부한다. 간병인은 병원과 근로계약 관계 사이가 아니라 환자와 근로계약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때 협회가 나서서 조율해야 하는데 협회는 간병인에게서 가입비나 월회비를 받아 이윤만 남기고 일자리나 중계할 뿐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

 

억울해도 하소연 할 데가 없다. 한국 실정에 어둡기 때문에 동포들은 더욱 속수무책이다. 힘들게 일하고 간병비 대신 욕설 한 아름 받은 이 간병인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할까? 두 손 놓고 당해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참담하고 허무할까? 자존감마저 바닥에 떨어진 그에게 응원과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지금 여러 단체에서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고국은 동포들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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