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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보내는 담임선생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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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4-01-26 13:57 조회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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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에게 :

 

2024, 새해가 돌아왔습니다. 이 시각 나는 40여년 전의 학생들이 그리월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대들이 목릉시 조선족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어느덧 45 주년이 돌아오는구요. 그대들을 졸업 시킨지도 45년이 되는 설이 닥쳐오니 더욱 제자들이 그리워지네요.

 

모두들 건강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겠지요?

 

지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제자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석철, 김금철, 최재문, 림문학, 정봉호, 정현철, 성문혁, 성광혁, 김금화, 구순식, 김춘희, 김정희, 금경옥, 염설매, 권운애, 한홍심, 윤선옥, 오성문. 그리고 중국에 있는 최현수, 이흥배, 정순길, 이계용, 최홍일 김순복 등 제자들께 새해에 더욱 건강하고 소원성취하며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제자들과 초등학교 1학년 후 학기부터 6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매일과 같이 배워주고 배우고 소선대 활동을 같이 하였지요.

 

어린 나이에 힘든 일들을 시킨 것은 지금도 마음에 내키지 않네요.

 

학교에서 10여리 길을 산 넘어 가서 골짜기에 밭을 일구고 콩과 감자를 심고 여름이면 기음을 매고 가을에 걷어 들이던 일, 마을 밖에 1헥타르 넘는 논에 벼모를 키우고 모내기하고 김을 매고 가을하고 탈곡까지 하던 일들이 새삼스레 떠오르면서 어린 나이에 정말 힘들고 수고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었으니 더 마음이 아팠지요.

 

제자들의 부모님들도 담임선생을 도와 제자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아낌없는 노력을 다 했지요. 선생이 국가식량을 배급 받으니 마른 옥수수떡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고 신경써 주었지요.

학부모 위원들을 동원하여 흰 쌀을 거두셨지요. 18키로나 되는 쌀을 세 명의 학부모위원들이 우리 집까지 이고 왔습니다. 정말 그 고마움에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학부모위원들인 순식의 어머니, 문학의 어머니, 학정의 어머니께서 서로 바꾸어 머리에 이고 지면서 7리 길을 걸어 동산에 있는 저의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너무도 뜻밖의 일이여서 무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쌀을 돌려보낼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받으면서 속으로 제자들을 더 잘 배워줘야 하겠다는 결심을 다졌을 뿐입니다.

 

2016년에 내가 고향을 찾아 한국에 갔을 때도 제자들은 매일 일하고 피로했지만 한 주일에 단 하루밖에 쉬지 못하는 일요일 날이건만 여러 곳에서 모여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김금화네가 꾸리는 노래방에서 밤늦게 까지 노래와 춤으로 저의 팔순 생일을 쇠여 주었지요.

 

김금화는 사탕, 과자, 과일들을 한상 차려놓았고 김순복은 심천애서 나를 보겠다고 남편의 친구가 준 미국 포도주를 가지고 왔어요.

 

그날 모인 12명의 제자들이 이석철부터 매 개인이 나에게 포도주 한잔씩 붓고 우리 민족의 예법대로 팔순생일을 축하하여 저마다 절을 나에게 올렸습니다.

 

그다음 매인당 5만원씩 내어 나에게 60만원을 주었습니다. 나는 너무도 감동되며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봉호는 음식점 요리사이기에 그날 오지 못하니 이튿날 나를 음식점에 청하고 정성껏 대접해주고는 그래도 아쉬운지 또 10만원의 축하금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내가 제자들이 준 축하금을 받지 않으려하자 억지로 주머니니 넣어주어 나는 할 수 없이 받아서는 학생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으로 백화점에 가서 옷 한 벌을 샀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행사 때마다 그 옷을 입고 그대들의 정성과 온기를 느끼며 뭇사람들에게 자랑하군 합니다.

 

발전하는 시대, 우리 매 개인이 핸드폰으로 서로 연락하고 인사하게 되니 제자들은 초딩 아우들이라는 대화 방을 만들고 이 늙은이까지 초대하여 서로 소통하게 되였어요.

 

그래서 저는 늙으막에도 젊은이들의 기를 받아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저의 나이 89세에 들어서게 되지만 한 번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매일같이 책을 읽고 글도 쓰면서 건강한 몸으로 보내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명절마다 제자들이 보내주는 인사와 축복으로 내 인생의 행복과 긍지를 느끼고 있어요.

 

제자들도 이젠 일하기도 힘들 때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새해에는 자기를 위하고 가족을 위해서 건강을 잘 챙기고 온 가족이 평안하도록 나는 매일,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청룡의 기운을 받아 활기 넘치고 평안히 설을 잘 쇠길 바라오.

/초등학교 담임 : 리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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