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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소비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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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06-27 11:59 조회286회 댓글0건

본문

나는 오늘의 좋은 글책 출간식에 입고 갈 한복을 구입하려고 거의 4년 만에 동대문 시장으로 갔다. 전에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중국의 큰 손들과 지방의 상인들이 큰 보따리에 물건을 가득 채우느라 흥성흥성하던 동대문시장은 코로나 때부터 밤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한적하였다. 낮에만 문을 열었는데도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어쩌다 손님을 만난 사장들은 최상의 서비스로 손님을 왕처럼 모셨다. 동대문뿐만 아니라 브랜드 매장들에서도 질 좋은 상품이 많았지만 고객들 발길이 뜸하여 울상이였다. 3년 반 동안 병원에 갇혀서 일만 하다가 밖의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 된 계기가 되였다. “지금 돈 벌기란 진짜 쉽지 않구나. 지구촌 어디라 없이 다 이렇다하니 답답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대림동 11, 12번 출구 주변과 건대입구 6번 출구 거리에는 지금도 다른 세상인 듯 싶다. 식당, 노래방, 맥주집들에는 손님들로 붐비는데 홍콩의 밤거리를 방불케 한다. 우리 동포들의 소비문화의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누가 한국에서 20년을 벌었다면 적어도 2억은 있겠구나 하고 예측한다. 하지만 뼈 빠지게 일하여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은행잔고도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중국에, 또는 한국에 집 몇채씩 구입하고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생스레 일하여 번 돈을 뻥튀기 하겠노라 투자를 잘못하여 쫄딱 망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사람, 마작놀이가 재미있어서 또는 띄운 돈을 되찾겠노라 수십 년간 휴식일이면 결석 않고 끈질기게 마작판에 출근도장 찍는 사람, 마작할 돈 없어 여기 저기 전화하여 급전을 빌리려는 사람, 노래방을 너무 사랑하여 노임을 몽땅 노래방에 처넣고 몇 년간 검은 판에 흰 땡땡이 블라우스만 입고 다니는 40후반의 싱글녀, 큰 꿈을 안고 10여 년래 이 다단계에서 저 다단계를 옮겨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였지만 지금도 다달이 신용카드를 막지 못하여 애 끓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극소수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남부럽지 않게 살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친인들 곁을 떠나 그리움을 달래면서 허리 휘도록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온지 몇십년 되였으면 한국 분들의 근검절약 정신을 따라 배웠으면 좋으련만 결혼식 등 행사에 모였다면 꼭 3, 4차까지 가서 먹고 마시고 흙이 되도록 놀고 효과적으로 행사를 마무리 하지도 못한다.

 

얼마 전 동포노숙자가 고향에 가기 바쁘게 저승으로 갔다는 소식보도를 보았고 또 어느 지방에도 동포노숙자들이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분들도 돈 있었으면 이렇게 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저는 전에 돈에 대해 따지고 논하는 사람들을 이상, 포부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생각하였는데 정든 고향을 떠나 맨 밑바닥에서 꾸준히 일하면서 또 주변사람들이 사는걸 보면서 돈 벌고 쓰는 것도 큰 과학이고 한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걸 깨닫게 되였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 쓰는 것은 더 대단한 과학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시대에 맞게 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돈을 버는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 될 뿐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장(平台)도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또 중국동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자인 나라 외국인들까지 있어 앞으로의 인력시장은 더 좁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기에 우리는 돈을 딱 쓸데만 쓰고 소비를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체면 때문에, 인정 때문에 남들이 행사에 3, 4차씩 하는데 내가 하지 않으면 면목이 없고 깍쟁이로 낙인이 찍히며 남들의 웃음거리가 될까봐 없어도 있는 척, 있으면 잘난 척 하면서 뺨을 치며 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살 버릇 80세까지 간다더니 81세부터 개변하지 말고 오늘부터 조금씩 개변하자. “3, 4차까지 갈 돈은 2, 3차까지 가고 절약한 돈으로 노후에 보태고 또 조그마한 사랑의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지 않을까?”고 생각해 본다.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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