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 그네를 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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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12-09 18:38 조회192회 댓글0건본문
나는 예전과 다름없이 교대근무를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비록 겨울철이라고는 하지만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 덕분인지 산책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서로 손잡고 의지하며 걸어가는 어르신들이 있는가 하면 정답게 웃음꽃을 피우면서 알콩달콩 사랑을 슛 보이며 깊은 사랑에 도취된 연인들도 있고 귀여운 반려견과 산책하는 십대들도 있다.
나는 그들의 뒤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괜히 샘나서 한적한 강뚝 길을 택했다.
십여 분을 걷다보니 강뚝 아래에 맨발로 걷는 황토 길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호기심에 끌려 강뚝 길을 내려와 황토 길에 들어섰다. 텔레비전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황토 길을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가 뛰여나 혈액순환이 잘되고 통증과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고 풋 코어 근육 (발의 여러 잔 근육)이 강화되여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등 쉽게 치료되지 않는 발 질병들이 나아진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두통 및 불면증이 해소되고 치매를 예방하고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기에 나도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다.
황토길 걷는 내내 내 몸이 건강해지길 바라면서 발바닥이 황토에 닿는 느낌부터 옮겨 딛는 걸음마다 즐거움을 담아보았다.
와~, 그네다! 황토길 바로 곁에 흔들 그네가 있었다. 방풍까지 되여 있어 나는 황토 길을 걷던 맨발 바람으로 흔들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가볍게 두발로 살짝 밀어주니 흔들 그네가 앞뒤로 흔들린다. 참 좋은 기분이다.
나는 흔들 그네에 몸을 맡기고 두 다리를 쭉 펴들고 눈까지 꼭 감고 흔들림의 유유함을 흠상하였다.
“우리 막내 잘 지내고 있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맨발로 조용히 황토 길을 걸으시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걷고 있을 뿐이다.
후~~, “웬 일이지?” 요즘 자꾸 아버지가 보고 싶다. 꿈속에서도 몇 번인가 보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는 집안의 막내로 태여나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었다. 그네 타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버지는 샘물터 가까운 곳의 큰 나무에다 밧줄로 그네 줄을 매여주고 손이 아프지 말라고 손잡이네 빨간색 천까지 감아주셨다. 아버지는 내가 이쁜 손잡이를 잡고 그네에 앉으면 늘 내 등을 밀어주셨다.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네를 줄곧 타면서 하늘을 자유자재로 훨훨 날았었다.
그 후 46년이라는 긴긴 세월동안 한번도 그네를 타보지를 못했다. 46년이 지난 오늘, 그것도 이국 타향에서 흔들 그네를 타게 되었다. 누구의 동반 없이 외롭게 흔들 그네에 앉으니 어쩐지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슬퍼진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여 지금 껏 책임감 있는 인민교사로, 한 가정의 현숙한 아내로, 따듯하고 사랑이 넘치는 엄마로 앞만 보고 살다보니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사회의 훌륭한 일군으로, 가정의 현모양처로 내 역할은 잘해왔으나 내 인생에 나는 없었다. 이제 퇴직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 오늘 흔들 그네에 몸을 맡기고 나니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립다. 어제 날 그네를 태워주시던 아버지의 사랑이 그네 줄에 감겨있는 듯내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말없이 전해지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그네 줄에 칭칭 감겨 나를 감싸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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