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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친구 집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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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7-12 19:40 조회362회 댓글0건

본문


이른 아침 친구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나니 달리는 버스와 함께 가슴도 설렜다. 어렸을 때 방학이 되면 시골 외할머니 집으로 가는 기분이다.

 

콘크리트 속에 파묻힌 도시를 빠져나가는데 오랜만에 차를 타서인지 울렁울렁 멀미가 공격해온다. 버스는 어느덧 시가지를 벗어나 풋풋한 향토 냄새가 풍기는 시골길에 들어섰다.

 

울렁거리던 속도 시골의 산천에 반하여 숨어버린 듯 나는 창밖의 풍경에 혼을 빼앗겼다. 풀내가 풍기는 들꽃이며 어느 부지런한 농부의 터전에 탐스럽게 자란 농작물도 사랑스럽다.

 

시골노선이여서 그런지,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참을 달려도 내리는 사람도 오르는 사람도 없이 버스는 내내 달리기만 한다. 다른 손님들도 갈 길이 멀었는지 모두 눈을 지그시 감고 각자 자신의 세계에 빠져 꼼짝을 하지 않는다.

 

신나게 산과 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멀리 주유소가 시야에 안겨온다. 친구네 부부가 맡아 경영하는 주유소인 것 같은데 지나면서 보니 친구의 남편인 듯한 남정네가 마당에서 버스를 바라보고 서 있다.

 

주유소를 지나서 마장면 버스역에 도착하니 친구가 마중 나와 있다. 우리는 너무 반가워서 한참이나 서로 부둥켜안았다. 정말 오랜만 이였다. 수십 년만의 만남이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소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집체호까지 함께 한 57년 지기 죽마고우이다. 그러던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긴긴 세월 동안 만나지 못하였다. 친구는 중학교 수학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후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북경에 갔고 나는 조기 퇴직하고 이국에서 타향살이 하느라 점차 서로의 소식마저 끊겼던 것이다.

 

넉넉한 인심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친구는 여전히 활달한 성격이였다. 우리들의 얼굴에는 함께 느껴보는 즐거움과 추억이 흘렀다. 친구 남편은 경영에 뛰어난 재능을 갖춘,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무역회사 사장 이였다. 그러다 무역을 그만두고 북경에서 다른 사업을 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쉴새없이 수다를 떨면서 주유소, 사무실, 텃밭을 둘러보았다. 텃밭에는 옥수수, 오이, 가지, 고추, 감자, 쪽파, 깻잎, 참외, 수박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 둘은 텃밭에서 옥수수를 따서 옥수수수염까지 챙겼다. 반짝이는 알들이 촘촘히 충실하게 박혀있는 풋옥수수가 큰 냄비에서 푹푹 삶아지는 동안 우리의 이야기는 멈출 줄 몰랐다.


푹 삶아낸 옥수수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침샘이 솟구친다. 한입 맛을 봤는데 “와!” 감탄이 절로 났다. 옥수수 알에서 느껴지는 찰진 식감과 단맛이 배어있는 옥수수 본연의 맛이 어우러진 감칠맛, 달고 고소한 옥수수 특유의 향이 끝내준다. 시중에서 먹던 옥수수와는 차원이 다른 담백하고 순연한 맛이다.

 

텃밭에서 딴 아삭한 오이도 너무 싱그럽고 달콤했다. 된장을 듬뿍 얹어 쪄낸 가지와 풋고추, 깻잎 맛은 어릴 적 외할머니가 쪄주던 그 맛이다. 봄에 캔 돌미나리와 토종닭알로 소를 해 넣고 구워낸 호떡도 일품이였다. 입이 너무나도 호강한다. 친구의 음식 솜씨도 엄지 척이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맛있다.

 

친구가 정성스레 한 상 가득 차려준 후한 인심에, 맛 또한 끝내줌에 즐겁고 감사한 마음마저 녹아내린다.

 

식사를 마친 후 마당에 나와 나란히 거닐었다. 친구가 기르는 닭과 강아지하고 놀다가 나리꽃이 피어있는 화단으로 발길을 옮겨 가볍게 산책하였다.

 

뒤뜰엔 달맞이꽃 무리가 자태를 뽐낸다. 달맞이꽃을 꺾어다 물병에 꽃꽂이를 해서 사무실에 하나, 주방 식탁에 하나 놓았더니 상큼한 꽃향기로 차고 넘친다. 그동안 지긋지긋했던 간병일상에서 잠시 물러나 꽃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는 시간이 좋다.

  

뒤뜰을 지나 내가에 발을 담그고 바람에 밀려오는 시골의 풀향을 여한없이 들이켰다. 푸르른 산과 들에 눈이 시원하다. 찰칵찰칵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수다도 계속된다.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내려가서 농사일하며 힘들었던 추억부터 그간 서로 살아온 삶의 이야기, 우리는 가슴에 품어온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할 말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용인과 이천에서 서로 소식 모르고 살아온 5년 세월이 삶을 도적맞은 기분이다. 친구는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 바로 앞 버스역에서 늘 환승했단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가 보다. 가다오다 서로 마주칠 법도 했건만 우리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었다.

 

돌아올 때 친구는 친정엄마마냥 텃밭에서 감자, 가지, 풋고추, 깻잎, 쪽파, 오이, 토마토를 따서 여러 주머니 챙겨주었고 담가두었던 장아찌와 봄에 캐서 냉동해놓았던 민들레, 미나리 그리고 지난가을 텃밭에서 수확한 무, 고추 말랭이도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그리고는 병원 동료들에게 나눠주라면서 삶은 옥수수도 넉넉히 넣어주었다. 나는 고향집에 다녀온 것 같은 정겨움에 마음이 푸근해났다.

 

기쁨이 넘치고 행복이 공유되는 나들이였다. 코로나 이후 첫 외출인데 그동안의 갇힌 삶이 오늘 하루로 다 보상받은 기분이다. 설렘으로 떠났던 친구집 나들이가 친구의 환대로 설레는 기분을 넘어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우린 자주 만나자는 기약을 하고 헤어졌는데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또 일 년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후~, 친구가 보고 싶다.

/김선화

[이 게시물은 한민족연합회님에 의해 2022-07-17 00:11:32 일반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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