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화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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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07-01 16:42 조회349회 댓글0건본문
나는 시골서 자라서 그런지 시골을 참 좋아한다. 시골의 풀냄새, 청신한 공기, 지저귀는 새소리, 졸졸 흐르는 냇물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상쾌해진다. 서울 살면서도 짬만 나면 주변 시골을 찾아 떠난다.
애심총회의 책 출간식을 마친 다음 날, 이천시 마장면 친구 집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친구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화담 숲으로 간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화담 숲은 대중교통으로는 경강선 곤지암 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탄다. 버스선로가 불편하여 보통 택시를 타는데 우리는 휴가차 본가에 온 친구아들이 차로 태워주었다.
화담 숲의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이며 화담 숲은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봄 날씨도 좋고 푸릇푸릇 나무들도 좋고 공기도 맑아서 너무 좋았다. 화담 숲은 예약제라는데 평일이라 예약없이 표를 살 수 있었다. 입장료는 12000원이지만 경로는 9000원이었다. 이용시간은 9시~18시까지이고 마감입장은 17시까지였고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다.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휴식 때문인지 산도 쉬움이 필요한 건지 아무튼 주에 한번 휴식일이 있단다.
입구에 들어서자 돌에 새겨진 화담 숲과 소나무 한그루가 맞아주었다. 거기 서서 사진 찍으려면 줄 서야 한다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사진 찍을 수 있었다.
나이 탓인지 풀잎 하나하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너무 좋았다. 늦은 봄이라 벚꽃 진달래 철죽이 진 자리에 잎이 싱싱하고 푸르게 단풍잎도 파랗게 이쁘게 피여 숲의 싱그러움이 깊게 느껴졌다. 이름 모를 낯선 꽃들이 가끔씩 피여 있었다.
화담 숲의 산책로는 휠체어나 유아차를 타거나 끌면서 관람을 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길을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만들어 완만한 경사로 천천히 올라가면서 오랫동안 멋진 자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직업병인지 아픈 어르신들을 모시고 자연과 함께 교감하면서 산책하고 싶어졌다.
아이들에게 교육한다는 핑게로 자연에서 뛰노는 곤충을 잡아다 가두리하고 있는 찜찜한 생태체험관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화담 숲이 시작된다. 비록 다양한 꽃으로 이룬 그림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무들의 신록이 싱그러웠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 있었지만 둘레둘레 산책길을 다 체험하고 싶어서 걸어서 올라갔다. 걸으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걷다보니 너무 좋아서 전 구간을 모두 걸었다. 오래 걷는 것이 힘들다면 중간 중간 계단이나, 가파른 경사로인 지름길을 이용하면 된다.
어딜 가나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산책을 하니 차분하고 산뜻한 기분이었다. 하트다리, 자작나무숲, 고사리 숲 길 양옆에 철죽 군락과 진달래 군락이 있었지만 꽃피는 철이 지나서 아쉽긴 했어도 푸르러진 초록초록한 나무숲을 보는 재미 또한 가관이었다.
이 날의 방문 목적이었던 수국이 활짝 피여 화담 숲을 다녀오길 참 잘한 것 같다. 초록 잎과 함께 있는 알록달록한 다양한 색의 수국이 너무 이뻤다. 블루와 연보라색의 수국이 길거리에서 보던 수국과 다르게 예뻐 보였다. 소리 지를 정도로 소녀감성이 폭발했다. 아무리 잘 찍느라 해도수국의 아름다움이 사진으로 잘 담아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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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절정마다 포토죤이 있어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 주말에는 포토존마다에 줄이 끝을 모른다는데 다행히 오늘은 그런 번거로움이 없이 둘만의 세계였다. 숲 꼭대기 포토존에 올라서니 숲이 주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눈에 안겨오는 화담숲 전경이 눈이 확 뜨이게 펼쳐지고 반대편 스키장 전경도 볼 수 있었다.
정상에서 굽이굽이 길을 따라 산책하며 내려와 새숲을 지났는데 새숲에는 아기자기 새집과 여러 종류의 새모형을 귀엽게 만들어 놓았다. 인기척에 새들이 숲속에 숨어버려 지저귀는 소리만 들릴 뿐 정작 새는 보이지 않았다.
소나무 정원에 들어서니 조경이 너무 잘 되여있어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고 멋진 소나무들의 웅장함을 느꼈다. 정원에는 조경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땀흘리며 작업하고 있었다. "저분들의 노고로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고마웠고 시원한 음료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가지고 온것이 없어서 죄송한 마음 뿐이었다.
추억의 정원에는 옛날 우리 동네 모습과 생활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놓았다. 펌프와 드레박으로 물을 긷던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여 드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봤다. 장독대도 정겨웠고 가는 길 곳곳에 돌탑들이 많이 보여서 소원도 빌었다. 다람쥐가 겁도 없이 도망가지 않아 찰칵 한장 찍었다.
다들 화담숲 스탬프를 찍는다고 웬 종이를 가지고 다니던데 대체 그걸 어디서 받은 건지? 알 수 없다. 6월1일부터 7월초까지 수국축제라 스탬 다섯 개만 찍으면 입구에서 작은 수국화분를 준다는데 아쉬웠다.
무엇보다 걷는 내내 기분이 너무 산뜻하고 공기가 싱그러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와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나오는 길목에 번지 없는 주막이 있다. 주막에 들려 막걸리 한잔하고 싶었으나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마중 온 친구아들 차로 급히 귀가했다.
용인서 10년을 사는 동안 늘 가보고 싶었던 터라 오늘 화담 숲 산책은 더 만족스러웠다. 곤지암 화담 숲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는 소문대로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이다. 단풍나무들이 많아서 가을이 되면 또 얼마나 멋질지 기대된다. 눈의 피로감과 몸의 피로감까지 한 번에 사라지는 듯한 상큼했던 일상이었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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