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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노년의 삶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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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3-10-11 15:25 조회2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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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 는 말을 가끔씩 실감한다. 살맛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 재미를 알 것 같아 느껴볼만하니 어느새 노년이란 문턱 하나만 달랑 남겨놓고 살며시 가 버린 세월이다. 한 쪼각 두 조각 퍼즐 같은 삶, 어떻게 맞출까 걱정하다가 거의 다 완성되여 가는데 이곳저곳 몸이 삐걱대면서 말 쌔다. 

 

한 마디로 우리 노년의 삶을 긴 마라톤 경기에 비긴다면 멀지 않은 앞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다리맥이 풀리면서 등수를 놓치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와도 흡사하다. 전반생의 고생 끝에 후반생엔 낙을 누려야 되는데 말이다. 세월은 한해 두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터치를 했지만 늘 바쁘게 사느라 인지를 못했으니 애매한 세월 탓 한들 무슨 소용이랴.

 

나의 경우만 봐도 30대 초반에 핍박에 의해 양산에 오르듯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였다. 두 어린 자식을 위해 혼자 몸으로 김치 장사를 시작했고 결국에는 노무로 사이판을 거쳐 한국에까지 와서 못해 본 일이 별로 없다. 몸을 흑사 시키면서 돈을 버는 데만 급급했으니 강철인들 당해낼 수 있었을까? 좀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건강한 삶을 살았을 텐데 후회 막급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2년 전 나는 허리디스크로 추간 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이 두 가지 증상은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추간 판이 파열 되여 밀려 나오면서 허리와 다리 신경 근을 압박하여 신경이 눌리어 통증이 오는 질환이다. 꼬리뼈 윗쪽 4,5번에 문제가 생겨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왔다. 더 시간을 끌었다면 평생 허리에 철 핀을 박고 사는 신세까지 갈 뻔 했다. 신경외과 원장님이 어제까지 일을 했다하니 무척 놀라는 눈치다.

 

아들딸에게 수술 날자를 알리자 "우리 엄마가 언제 허리가 아팠어?" 뜻밖이라 한다.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일을 했으니 모를 만도 하다. 수술을 받자마자 통증이 완화 되여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환갑나이를 훨씬 넘겼으니 여기저기 다 아플 나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현명하다는 옛 어른들 얘기를 귀에 못 박히게 들었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버티다가 결국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였으니 이제 와서 뼈저린 후회를 해도 소용없다. 아프고 병나면 그때 번 돈이 곱절로 병원에 들어가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그 진리를 이제야 터득하니 이미 엎어진 물을 다시 퍼 담을 수도 없는 일로 되었다.

 

요즘은 건강 프로를 봐도 나한테 하는 얘기처럼 들린다. 어느덧 건강이란 단어가 맘에 와 닿는 노년의 길목에서 서성거리는 나이가 돼 버렸다.

 

우리 조부모들 시대에는 칠순이면 고래희라고 했다. 그리고 좀 지나서 어르신 취급으로 고방을 지키는 그런 단명 시대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백세 시대에 살고 있다. 구순이던 백세던 맨날 골골거리면서 병원이나 들락날락하는 신세로 산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까, 즉 량보다 질이 중요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세계인의 평균 수명이 남성은 79세 여성은 83세라고 하는데 아마 이것도 먼 얘기 거리로 되면서 멀지 않아 곧 갱신 될 것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주위에는 90여세의 고령에도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건강한 신체와 열정이 있으면 마음이 늙지 않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육체적으로 건강할거라 생각한다. 운동으로 몸을 다지면서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장수비결이 없을 거라 생각된다.

 

산이 좋으면 산으로 가고 바다가 좋으면 바다로 가고 책이 좋으면 책을 읽고 글이 좋으면 글을 쓰면서 각자 취미 생활에 식사 한 끼 건너뛰어도 무방할 만큼 열심히 사는 것이 최고의 보람찬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계절이 오고 또 가고 이렇게 반복되는 세월 따라 우리는 차츰 늙어간다. 그 과정에서 힘들 때도 있었고 울고 싶을 때도 있었으며 또 웃고 싶을 때도 있었다. 희로애락이 동반된 인생에서 그렇게 빨리 뛰지 않아도 될 일들, 또 그렇게 가슴을 졸이면서 살지 않아도 될 기억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힘들게 일을 할 때는 너무 피곤이 쌓여 눕기만 해도 숙면을 취했지만 한가한 요즘에는 수면제로 해결하고 있으니 그래도 열심히 뛰어다니던 그 힘들 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 아니였는지 뒤돌아본다.

 

힘들고 궁핍할 때가 어려운 시절 같았지만 그때의 고생과 눈물이 오늘의 편안함이 되였고 그때의 열심과 노력이 오늘의 넉넉함이 되였음을 세월이 깨우쳐 준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두 어께가 무겁고 움켜진 두 손이 아프기만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넘치는 물건을 정리하듯 하나하나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젊었을 때 챙기지 못했던 내 몸에 녹 쓴 기계를 다루듯 기름을 쳐서 살살 잘 돌게 하는 재생의 이치로 생각하면서 내 몸에 투자하고 내 몸에 미안하지 않게 최소한 대우와 예우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초년의 길은 물 덤벙 술 덤벙 피가 터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터벅터벅 걸어 왔다. 또 중년의 길도 휘청휘청 가정을 위해 가파른 층계를 톺았다면, 앞으로 걸어야 할 노년의 길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초행길이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겪어 보면서 성숙은 되였지만 늙어가는 길만은 살짝 두렵기도 하다.

어제일도 깜빡 깜박하고 날마다 쓰던 핸드폰도 냉장고에 넣은 채 찾아 헤매는 해프닝도 있을 수 있고 그 어떤 불안감에 멍을 때리면서 가슴이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가슴을 도려내도록 아플 때도 있을 것이다. 또 예측치 못했던 상상외의 병마가 친구로 될 수도 있고 또 그 것으로 인해 지팡이가 절실할 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한번쯤은 꼭 체험할 로년의 삶과 그 길이다. 운이 좋으면 지나갈 법도 하지만 내가 꼭 피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우리가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처할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저 멀리 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석양은 가슴이 미여지도록 아름답다. 일몰도 일출 못지않게 눈이 부시게 황홀하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마음속에 짧은 앞날이 아쉬움으로 물들기 때문이고 노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살아온 추억이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전반생의 삶이 보기 좋게 익어가면서 살아갈 후반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여 그 어떤 위기가 닥치고 험한 가시밭길을 걷는다 해도 준비된 우리들 노년의 삶과 그 길은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이다.

/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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