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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구름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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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6-02-27 14:37 조회4회 댓글0건

본문

우리 마을은 네 면이 논밭으로 둘러싸이고 가로세로 도랑물이 거미줄처럼 사처로 뻗어 흐르고 있다.

아담한 우리 초가집 앞마당에도 개울이 졸졸 흐르는데 한여름 오빠가 채발을 놓으면 쥐꼬리 만한 물고기들이 여라문개씩 잡히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일밭에서 돌아오면 흙이 묻은 손발을 쓱쓱 씻기도 하는 참으로 물이 많아 논농사가 잘되는 30여호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북쪽켠에 흐르는 장인강이 마을사람들이 필요한만큼의 물을 내여주고는 해란강을 향해 줄기차게 달려간다. 이 강을 지나야만 북산기슭에 있는 대대마을도 갈수 있고 학교가 있는 공사마을에도 갈수 있다. 언제부터 돌다리로 바뀐다고 어른들이 말하지만 내가 고향마을을 떠날때까지 쇠사슬이 드렁드렁 드리운 구름다리가 우리 마을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해 나는 열살이고 오빠가 15살이였다. 여느집들처럼 부지런하고 순박한 농군아버지와 알뜰히 살림하는 착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탈하게 자라는 우리 오누이는 남 부러울것 없었다. 특히 오빠는 학교 갔다 오면 무슨 배가 그리도 고픈지 찬장에서 밥을 내려서 고추장이나 김치 한가지라도 있으면 골고루 비벼서 후딱 해치우고는 슬슬 배를 만지며 종이에다가 또는 벽에라도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놓군 하였다.

오빠의 그림속의 모델은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는 키가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큰편은 아니다. 보통키에 좀 마른편이지만 옷매무시가 고와서 같은옷을 입어도 다른 엄마들보다 우리 엄마가 더 멋있어 보인다. 오빠는 머리에 삼각구건을 두루고 메주를 빚는 엄마를 그렸고 초모자를 쓰고 논밭에서 기음을 매는 엄마를 그렸으며 특히 오빠는 구름다리를 잘 그렸는데 장보려 갔던 엄마가 구름다리우에서 머리에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도 함박 웃음을 띠고 걸어오는 모습은 볼수록 정답고 자애롭다. 오빠는 그림 제목을 “세상에서 제일 고운 우리 엄마” 라고 달았고 나는 이 그림을 미닫이문에 풀로 붙여놓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오빠는 저녁이 되면 밥상에 마주앉아 또 언제 밥먹었냐 싶게 볼이 미여지는 시늉을 하면서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한번도 핀잔주는 일 없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되려 어린 내가 뒤집 은숙이할머니한테서 배운대로 입을 삐죽하며
“에그그 굶어 죽은 귀신 오빠한테 매달린게 틀림없어!”

하면서 눈을 할기죽 거릴때가 많았다. 그러면 오빠는 헤벌쭉 웃으며 먹던 밥을 계속 먹었다. 다섯살 나이차이가 있어서인지 말수가 적은 오빠지만 나는 오빠를 너무 따랐고 오빠는 나의 요구라만 잘도 들어주었다. 우리 집은 이 자그마한 산촌마을에서 웃음이 넘치고 평온하고 화기애애한 행복한 집이였다.

곡식이 영글어가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오고 매미소리,풀벌레 소리가 온 들판을 점령하는 가을이 짙어가는 계절이다. 그날도 오빠의 자전거뒤에 앉아가려고 나는 중학생인 오빠네 학급에서 기웃거리다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혼자서 탈탈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마을어귀에 들어섰을때 구름다리우를 건늘가 말가하면서 서성이는 낯선 여자를 보았다. 아마 구름다리를 건늘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는 모양이였다. 나는 깡충깡충 뛰여가며 소리쳤다.

“괜찮아요! 무서워말아요!”
“이 마을에 사는구나!”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고맙다. 함께 건너가자!”
우아한 옷차림에 부드러운 눈빛과 상냥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담은 이 여인은 큰 시가지에서 오신 분이 분명했다. 조선말을 잘하지 못했지만 맑은 목소리로 어린 나도 다 알아듣게 천천히 아주 똑똑하게 말했다.

“ 우리 마을도 인차 돌다리 놓아준다 했어요. 돌다리 없어도 우린 괜찮은데 어른들이 힘들어요.곡식 나를때 웃마을로 돌아다녀야 해서요!”

나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구름다리우에 상큼 올라갔다. 량켠에 쇠사슬이 하나씩 길게 뻗어있고 밑에 쇠사슬이 여러게 둬뽑간격으로 있으며 그우에 널판자를 깔아놓은 다리이다. 빈 소수레도 다닐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레만 지나가면 널빤자가 끊어지거나 구멍이 나서 “소수레금지”라고 구름다리 량옆에 생산대장인 나의 아빠가 비뚤비뚤하게 석회가루로 써놓았다.그래도 30여메터는 실히 되는 구름다리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무서워 안하지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무서워 다리를 발발 떤다.

휘청이는 다리아래에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장인강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는데 비가 많이 오면 저수지수문을 열어 놓아 그 물살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구름다리가 밀려내려갈가바 가슴 조이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여태 없었고 구름다리는 굳건하다. 엄마는 예전에 늘 나를 업고 이 구름다리를 걸었고 지금은 오빠가 나를 자전거 체대에 앉히고 이 다리를 나는듯이 달린다. 이 아지미한테 우리 엄마 오빠 자랑을 할가말가 하다가 내손을 꼭 잡고 있는 손이 너무 떨기에 나는 무서워 말라고 위안해주기에 바빴다. 구름다리를 다 건느자 그녀는 아래다리가 풀리는지 폴싹 쪼크리고 앉아 숨을 몰아쉬였다.

“누구집을 찾으세요?”
누구집 숟가락 몇개인지 알 정도로 이집저집 기웃거리며 꼬마소식통이라 불리우는 나는 오돌차게 물었다.

“음~~구름다리에서 제일 가까운 집이란다. 그렇게 기억되니깐. 지금 80이 거의 되셨을거야!”
가마스럼한 나의 엄마의 얼굴에 비하면 그녀의 얼굴은 하야말쑥하고 지어 투명하기까지 하였다. 저런 피부를 우유빛 얼굴이나 하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나는 활짝 웃었다.

“은숙할머니이군요! 어서 가요. 우리집 뒤집이예요. 저 보이죠! 며칠전 금방 회칠한 집이요!”
“그래! 너를 만나 참 다행이구나!”

논밭에 논물을 다 떼여서 도랑물이 말랐는지라 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했다.달싹거리며 뛰다싶이 걸어가는 나의 책가방에서는 빈 밥곽안의 숟가락이 달랑거리고 엄마보다 많이 젊어보이는 이쁜 아지미는 부지런히 나를 쫓아왔다. 은숙이네 사립문을 열며 마당에서 내가 소리쳤다.

“은숙할머니~~ 손님 왔어요!”
“누구 왔다고?”
꼬부랑 은숙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정지문이 열리며 은숙할머니가 나타났다.
“누구시오?”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한 은숙할머니가 꼬부랑허리를 펴며 눈살을 찌프렸다. 모르는 얼굴이라 어저쩡해 했다.

“할머니! 상해지식청년으로 저 대대마을에 왔던 쑈짱임다!”
“ 어마야,이게 무슨 소리요? 상해처녀!”

은숙할머니는 아지미 두손을 덥석 잡으며 아연실색하였다. 나는 임무를 완성한 개선장군이 되여 우쭐하며 은숙이네 집을 나왔다. 나는 부레나케 우리 집 문을 열며 소리쳤다.
“엄마! 은숙이네 상해에서 손님 왔어요!”

이남박에 쌀을 씻어 쇠가마에 안치던 엄마가 그대로 이남박을 떨구며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의 놀란 기색에 나는 의아해 눈이 둥그랬다.
“엄마 왜 이래?”
“오~~별일 아니다. 좀 놀랐구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 엄마는 쌀을 안치다 말고 한참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었다.

“엄마 ~~”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엄마를 부르며 어리둥절해하였다. 이윽고 엄마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면서
“엄마 은숙이집 가야겠다. 해란이는 쌀을 가마에 안쳐놓고 불을 좀 때거라! 오빠 또 묵은밥 먹게 하지 말고!”

그리고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머리를 매만지더니 은숙이네 집을 향해 총총히 걸어가셨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 엄마만큼 착한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혀를 찬다. 풍을 맞은 할머니와 병환에 시달리는 할아버지 시중을 십여년 해드리며 모범며느리로 대대마을뿐만 아니라 공사마을까지 소문이 났지만 엄마는 어느 표창대회에도 참석하는 일이 없었다. 부녀주임이 아무리 찾아와도 엄마는 딱 거절하였다. 엄마는 얼굴이 동그란형이고 피부가 가마스름하다.

엄마의 이마에 유표하게 보이는 동전만한 흰점이 있는데 그것이 희여질때면 엄마의 얼굴이 더 가무스럼해 보인다. 동네로인들이 하는 말이 백전풍이라는 저 흰점이 온 얼굴에 퍼지면 엄마가 죽는다고 하였다. 오빠는 어릴때 엄마 얼굴에 매달려서 그 하얀점이 커질가바 작은 입으로 호호 불기도 하고 자기 침을 바르기도 하였다.엄마 키를 넘기고 있는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그래도 오빠는 엄마가 집에 있을때면 머리로 흰점을 덮게 못한다.자기가 보면 커지지 못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오빠의 영향을 받아 나도 늘 엄마의 흰점을 호호 불며 없어져라고 애원한다. 그때면 엄마는 우리 오누이를 꼭 껴안으며 눈물이 글썽해 행복의 미소를 얼굴에 떠올리신다.아버지가 좋다는 약은 다 구해오고 우리 오누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해서인지 엄마의 흰점은 더 커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더 작아지진 않는다.

엄마 하라는대로 밥이 다 되자 뜸을 들이게 한고패 저어놓고 불안한 마음에 도저히 앉아 있을수 없어서 나는 은숙이네 집에 엄마를 부르며 들어갔다.
은숙이는 부모님들과 함께 방에 조용히 앉아 있고 정주간에 세 여인이 마주앉아 서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나는 어정쩡 눈치를 보며 엄마의 팔에 매달려 얼굴을 바짝 붙였다. 엄마가 나를 꼬옥 껴안으며 무릎에 앉혔고 나의 등에 얼굴을 비비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아직 해란이 아버지도 오지 않았는데 태호일은 집식구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상해는 우리 집에 머물면서 좀 있다 태호가 오면 얼굴이래도 보오!”

은숙이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더니 이런 결정을 내렸고 엄마는 나의 손목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상해에서 오신 분이 몸을 구부린채로 일어나 허리를 펴지도 않고 엄마의 다른손을 꼭 잡고 말은 못하고 자꾸 눈물만 흘렸다.

어둑어둑 해가 질때 아버지가 밭에서 돌아왔고 엄마는 식장을 마주보며 누워있었다. 오빠의 친구 삼룡이오빠가 문을 삐죽 열고
“ 태호 늦게 옴다. 흑판보 오늘까지 다 해야 돼서요!”
하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내가 낑낑 저녁상을 차리고 아버지가 손발을 씻고 구들에 올라오면서 엄마한테 다가갔다.

“ 오늘은 또 어디 아프오?”
“여보!”
엄마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아버지의 팔을 붙잡더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예상한 일이지만 정작 오니 이렇게 가슴이 아프네요! 상해에 있는 분이 왔어요!”
아버지는 몸을 흠칫하더니 후 한숨을 내쉬며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 둘이 같이 왔소?”
“아니요! 여자분만 왔어요. 공사마을까지 함께 왔는데 남편은 차마 못오겠다며 먼저 가보라 하더래요! 둘이 상해에 가서 끝내 가정을 이루었대요!”

엄마와 아버지는 저녁밥을 드실 생각은 아예 없어보였다.아버지가 엄마의 뒤잔등을 어루쓸며 말했다.

“둘이 가정을 이루다니! 잘됐구만.태호가 모르는것도 아닌데,어서 일어나오!”
오빠도 알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너무 궁금해서 참을수 없었다.
“아버지~ 나만 모르는 일,제가 알면 안돼요?”
“ 오~ 해란아 넌 아직 어려서 알려주지 않았는데 오빠는 지금 왔다는 상해분이 낳은 친자식이고 엄마 아버지 보고 맡아 키워달라 하였단다.”

“네? 우리 오빠 내 친오빠 아니예요?”
나는 믿을수 없는 현실에 두눈이 올롱해 무슨 말을 더해야 하는지 한참 멍해 있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오빠가 헐레벌떡이며 집에 들어왔다.

“ 배고파! 어서 밥줘!”
분위기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관없이 오빠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내가 한 밥이 약간 탄내 나는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엄마와 아버지는 애틋한 눈길로 오빠를 바라보며 천천히 밥상에 마주 앉았다.나는 울먹울먹해서

“오빠가 내 친오빠 아니야?”
그리고는 엉엉 울음보를 터뜨렸다. 밥숟가락이 입에까지 갔다가 멍해진 오빠는 어리벙벙해 엄마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아버지가 다시 숨을 후 내쉬며 숟가락을 들다말고 도로 내려놓았다.

“태호야, 어느날인가 이렇게 문뜩 듣고 놀랄가바 중학교 올라올때 다 말해 주었잖니! 너의 친엄마 친아버지는 70년대 상해지식 청년으로 우리 마을에 왔다가 너를 낳았고 그때 상황이 너를 데리고 갈수 없어서 결혼후 10년이나 아이가 없은 우리가 키웠다구! 너는 우리집의 복덩이로 네가 다섯살때 이렇게 엄마 아버지한테도 해란이란 딸이 털썩 생겨서 네가 얼마나 귀한지 몰랐다.그리고 인제 너의 친부모들이 너를 찾아왔구나!”

오빠는 아무말도 없이 눈을 내리깔고 앉아있고 엄마가 눈굽을 찍으며 오빠의 어깨를 어루 쓸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넌 내 아들이다! 엄마는 너를 낳지는 않았지만 너를 받아안은 순간부터 내가 낳은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웠구나!”
“뭐야! 오빠가 남의 자식이라니! 엄마 아버지 나보다 오빠를 얼마나 더 고와하는데! 무슨 일이나 오빠가 먼저잖아!”

나는 눈앞에 벌어진 일들이 믿겨지지 않아 계속 쿨쩍거렸다.
“상해라는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과 수만리 떨어진 이 치벽한 곳에 와서 그들이 눈물을 얼마나 흘렸겠니! 그런데다가 당당히 키울수도 없는 상황에서 너를 낳았으니 너의 친엄마는 은숙이할머니를 통해 나한테 너를 맡기고 죽으려고 저수지에 뛰여들기까지 했단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악착같이 너의 친아버지를 다시 만나 결혼까지 했다는구나.아무리 네가 보고 싶어도 차마 올수가 없었는데 너의 친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너를 보지 않고는 눈을 감을수 없다고 한단다. 렴치불문하고 너 데리러 왔다는구나!”

엄마가 오빠의 팔을 붙들고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말을 이어갔다.엄마와 아버지는 오빠의 친엄마 친아버지에 대한 조금의 원망도 없는것 같다.듣고만 있던 오빠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 있슴까? 친엄마라는 사람이!”
나도 발딱 일어나며 소리쳤다.

“은숙이네 집에 있어! 은숙이 할머니를 찾아서 내가 모셔다 드렸어!”
“엄마 아버지 난 이집 아들이니 절대 다른 생각 하지 마쇼! 내 지금 친엄마란 사람 만나겠슴다!”

오빠는 씽하니 일어나더니 밖으로 달려나가고 나도 바빠라 오빠를 뒤따라갔다.
우리집 강아지가 쫓아오며 캥캥 지어대고 은숙이네 멍멍이가 멍멍하니 마을의 개들이 여기저기 짖어대기 시작한다. 오빠의 돌연 출현에 상해에서 오신분은 엉거주춤하고 있었고 은숙이할머니가 오빠의 팔을 끌었다.

“그래! 태호야 이분이 너를 낳아준 분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오빠를 쳐다보는 상해아지미의 고운 눈이 파르르 떨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오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올리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는지 아니면 정작 친엄마라는 분을 직접 만나니 설음이 울컥하는지 고개를 외로 탈며 한참을 아무말도 안하고 묵묵히 서있었다. 뒤따라 간 나는 오빠의 눈치를 보며 숙제책을 펼쳐놓고 있는 은숙이 옆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오빠는 구들에 올라올 생각이 없는지 신을 신은채 그대로 부엌 장판에 걸터 앉으며 머리를 숙이더니 울먹였다.

“엄마 아버지 말해주어서 나두 다 압니다!”
이 한마디를 내밷고 오빠도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나는 얼결에 일어나 오빠곁에 가서 앉았다.
“ 미안하구나! 낳기만 하고 키워 못줘서 정말 미안하다.이미 알고 있다니 !…”
오늘 상해분은 눈물샘이 터져서 마를줄 모른다. 그래도 오빠를 바라보는 눈길에 친자식과의 상봉에서인지 한없이 자애로왔다.

“ 나를 낳았다면서 왜 키우지 않았슴까? 왜 죽으려고까지 했슴까?”
오빠는 친부모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말인가보다. 오빠는 친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낮지만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지미가 앉은 걸음으로 오빠한테 다가가 오빠의 손을 잡으려 하자 오빠가 움쭐하고 몸을 옹송거리며 옆에 있는 나의 손을 잡고 만지작 거렸다. 나는 오빠의 손에 땀이 배겨 축축해진걸 단번에 느낄수 있었다. 아지미가 오빠의 어깨에 하얀 손을 올렸다가 호~하고 한숨을 쉬며 손을 뗐다.

“우리 때는 지표를 가져야 다시 공장으로 갈수 있었고 지표가 있어야 대학도 갈수 있었다.너를 낳은것이 알려지면 난 영원히 지표를 가지지 못한다는 공포감에 너를….”
그녀는 오빠를 은숙할머니한테 넘길때 일이 떠오르며 마음이 너무 아픈지 가슴을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리고 한참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의 친아빠는 너의 존재도 모르고 이미 추천받아 상해에 간 상태라 난 억울하고 무섭고 혼자서 현실을 감당할 힘이 없었어.죽음으로 이 현실을 벗어나는 길밖에…”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려니 그녀는 자꾸 가슴을 움켜쥔다. 어린 내가 다가가 안아주며 위안해 주고 싶은데 오빠는 못본척 외면한다. 그녀의 자살소동이 령도들의 중시를 일으켜 인차 상해에 갈줄은 몰랐다고 하였다.그렇다면 오빠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제야,15년이나 지나서야 오다니! 오빠의 눈길이 분명 이렇게 묻고 있다.

“너의 친아빠는 이미 집안끼리 혼인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 나와 결혼할수 없었어. 원래부터 집안이 혈통을 중시하고 가문이 맞는 집안끼리 혼인하는 집이라 한번 너의 아빠 만나기도 힘들때 결혼까지 하느라 몇년이 걸렸고 너의 할아버지 승인을 받으려니 또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구나.그런데 할아버지가 병세가 심해지면서 손자가 없다고 락루하시여 너의 존재를 말씀했더니 당장 데려오라고 호통치시는구나. 비록 년세가 계시지만 학자이시고 사업가인 분이라 모두가 존경한단다.나도 명령을 어길수 없어 늦었지만 이렇게 렴치불구하고 널 찾으러 왔구나.”

“우리 엄마 아버지 나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한지 알기나 함까? 난 절대 상해 아이 감다!”

오빠는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아지미한테 이토록 차디차게 내밷고는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불시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 어리벙벙해했다. 은숙이 할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 툭툭 두드리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야네 엄마 자식사랑이 유별하지. 구름다리에서 팔을 상한 일이며 해란이 임신하구두 태호 구하겠다고 물에 뛰여든 일이며 …에그그 끝이 없소!”

나와 오빠는 은숙이 할머니같은 마을 어르신들한테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오빠가 세살때 아빠는 대대마을로 회의하어 가고 오빠는 초저녁부터 열이 좀 나더니 한밤중이 되자 불덩이처럼 열이 활활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온몸에 술을 발라주고 주물러주고 하며 안달을 떨었지만 오빠의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날따라 초저녁부터 푹 흐렸던 날씨가 한밤중이 되자 바람이 몰아치며 비가 퍼붓기 시작하였다.

오빠가 열이 내려가지 않아 안절부절하던 엄마는 밖에 비가 오던 바람이 불던 고려할새 없이 오빠를 비닐박막에 싸고 자신도 비닐쪼각을 찾아 대충 걸치고 대대마을 위생소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구름다리를 지나다 불시에 미끌면서 엄마의 한쪽 다리가 면바로 구멍난 나무쪼각 사이에 빠질줄이야! 오빠를 떨구지 않으려고 엄마는 오른쪽 손목에 꽉 힘을 주고 일어서려고 안깐힘을 썼고 왼쪽팔로 오빠를 꼭 껴안았다. 엄마가 간신히 일어났을때 오른쪽 팔이 무서운 통증이 왔지만 울음소리마저 앵앵하는 오빠에게 온 정신이 팔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열이 내려가는 주사를 맞히고 엄마가 한숨 돌릴때 의사가 엄마의 오르팔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며 소리쳤다.

“ 오른팔이 왜 그렇슴까?”
엄마의 얼굴에 비물인지 땀방울인지 비오듯 내리고 엄마는 흔들흔들해 하는 오른팔을 내다보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 너무 아프네요 넘어졌을뿐인데!”

“어서 공사병원에 갑시다. 마구리 빠져서 팔이 너덜너덜 한걸 보쇼! 얼마나 아이땜에 정신 없으면 팔이 마구리가 빠진것도 모르고! 이런 엄마 세상에 어디 있슴까!”

열이 내려 잠이 든 오빠를 대대의사 안해한테 맡기고 의사가 엄마를 데리고 공사마을에 달려가 뼈를 맞춰 넣기까지 엄마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날 일은 대대의사가 보는 사람들마다 얘기해 온 마을사람들이 엄마의 자식사랑에 엄지손을 휘휘 내두르게 하였다.

“공사마을에 있는 친구를 통해 다 들었어요. 자기 친자식이면 저보다 더하겠냐 하더라구요. 그래서 데리러 오고 싶어도 더 일찍 못왔어요. 시아버지가 핍박하지 않으면 제가 무슨 용기로 오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흑흑 흐느꼈다. 나는 어느새 살며시 은숙이네 집을 빠져나와 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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