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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내물같은 어머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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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민족연합회 작성일26-05-05 10:38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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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사랑이 존재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가장 깊은 곳까지 적시는 것은 단연 어머니의 사랑일 것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사랑은 거칠고 메마른 땅을 적시며 끝없이 흘러내리는 ‘내물'과 같았습니다. 소리 없이 흐르나 결코 멈추지 않는 그 물줄기가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생명수였음을 이제야 가슴 저미는 회상 속에서 깨닫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 몸의 감각 속에 아프게 간직되여 있습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던 퇴근길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는 평온하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내동댕이쳐진 육신은 온통 피멍으로 얼룩졌고 일어설 기력조차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몸의 고통보다 더 서슬 퍼렇게 가슴을 짓눌렀던 것은 이십 일 앞으로 다가온 딸아이의 결혼식이였습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그 고운 날에 엄마라는 사람이 장애의 위기에 처해 절뚝거려야 한다는 사실은 내 령혼에 더 큰 피멍을 남겼습니다.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끌어올린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어머니였습니다. 딸이 사고를 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어머니는 가만히 앉아 눈물만 흘리고 계실 분이 아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딸의 멍든 육신을 고칠 수 있다는 비방을 찾아 사방으로 발을 구르셨습니다. 겨자 가루와 부추가 효험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는 그 먼 75리 길을 주먹을 꽉 쥔 채 달려오셨습니다.


그 75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자에 불과한 거리일지 모르나 자식을 향한 간절함을 품고 달리는 어머니에게 그 길은 세상의 끝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를 움직이게 한 것은 오직 하나 ‘내 자식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뿐이였습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오신 어머니의 손에는 귀하게 구한 겨자 가루와 파릇한 부추가 들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거친 손으로 부추를 짓찧고 겨자분을 이겨 내 피멍 든 살갗 위에 정성스레 붙여주셨습니다. 알싸한 겨자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울 때 피부로 전해진 것은 뜨거운 약성만이 아니였습니다. 그것은 딸의 아픔을 당신의 몸으로 고스란히 옮겨가고 싶어 하는 절절한 기도였고 자식의 불행을 온몸으로 막아서려는 어머니만의 강인한 의지였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곁을 지키시던 어머니의 젖은 눈망울 속에서 나는 부러진 갈비뼈가 붙고 피멍이 가시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어머니의 그 지극정성이 아니였다면 나는 아마 딸의 결혼식장에 당당히 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무사히 식을 치러낸 것을 기적이라 말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기적의 이름은 ‘어머니’였다는 것을요. 당신은 자식이 아프면 천 리 길도 마다치 않고 달려오시면서도 정작 당신의 몸이 무너져 내릴 때는 단 한 마디의 신음조차 밖으로 내지 않으셨습니다. 자식의 하늘이 무너질가 봐 당신의 통증은 깊은 가슴 속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셨던 것입니다.


딸아이의 결혼식 날, 화사한 조명 아래서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 미소 뒤에 가려진 어머니의 부르튼 발바닥과 굽은 등 그리고 딸을 위해 75리 길을 달렸던 그 간절했던 심장을 나는 이제야 온전히 마주합니다. 내 인생의 전부였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여주셨던 어머니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에서 시작된 내물처럼 내 삶의 굽이마다 흘러들어 나를 보듬어 주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고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없는 세상은 때로 시리고 적막하지만 나는 슬픔에만 침잠하지 않으려 합니다. 당신이 내게 남긴 사랑의 무게가 너무도 숭고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육신은 흙으로 돌아갔을지라도 75리 길을 달려오던 그 뜨거운 숨결과 내 피멍을 닦아내던 거친 손길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당신께 받은 사랑은 단순히 육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거대한 동력이였다는 것을요.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내물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내게로 흘러와 다시 내 딸에게로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의 울림이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이 남겨준 사랑의 깊이를 가슴에 새기며 당신처럼 낮고 깊게 흐르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어머니, 알고 계시는지요.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빛나듯 내 삶에 예기치 못한 풍랑이 일 때마다 어머니의 사랑은 고요히 흐르는 내물이 되여 마음을 다독이고 때로는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여 내가 나아갈 길을 환히 비춰주었다는 것을.


당신이 보여주신 그 숭고한 헌신과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였던 나의 어머니, 당신의 딸이여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 그곳에서 부디 아픔 없이 평안하시길 빌며 당신의 내물 같은 사랑이 비춰주는 이 길을 감사히 걸어가겠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소은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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